■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미경 (경상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알면 알수록 충격의 연속입니다. 경남 창녕에서 벌어진 아동학대사건 얘기인데요. 편의점에서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프라이팬에 지진 손가락, 머리에 상처, 온몸에 멍자국이 우리를 경악케 하더니 경악케 하더니 알고 보니까 집에서는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욕조에서 물고문을 당하는가 하면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발도 고문을 당했다고 합니다. 아이의 영양 상태는 최악이어서 빈혈 때문에 수혈을 급히 받았다고 하죠. 과연 부모가, 아니,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게 분노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끔찍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그래서 이분을 좀 만나보려고 하는데 이분은 전반적인 것들을 다 설명해 주실 수 있는 분이에요. 지금 피해아동을 직접 보호하고 있는 기관, 경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박미경 관장, 만나보죠. 관장님 나와 계세요?
◆ 박미경> 네, 반갑습니다.
◇ 김현정> 네, 그 우리 9살 피해 아동을 지금 보호하고 계신다고요?
◆ 박미경> 네, 현재 보호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가장 중요한 부분, 지금 아이 상태가 어떤가요?
◆ 박미경>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를 해 주셨고 지금 현재 신체적인 상흔이라든지 여러 가지 아이가 아팠던 곳은 어느 정도 치유가 됐던 것 같고요. 조금 더 안정을 찾은 다음에 이제 심리적인 치료가 앞으로 진행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은 좀 건강을 찾은 상태입니까?
◆ 박미경> 네, 생각보다 병원에서 아이가 나오는 음식을 굉장히 잘 먹었고요. 그래서 처음에 입원했을 때보다는 몸무게도 늘었고 퇴원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조건은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병원에서 밥은 잘 먹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기관에서도 밥은 잘 먹고 있어요?
◆ 박미경> 네, 이제 퇴원한 후에 첫 끼를 먹었는데 잘 먹어요.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주는 밥을 다 싹싹 비울 정도로 잘 먹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아이고 다행입니다. 반찬은 뭘 잘 먹어요?
◆ 박미경> 가리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회복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김현정> 고맙네요, 아이한테. 이런 아이를 그렇게 굶겼으니 이게 참. 육체적인 상태는 그렇고.. 이야기는 나눠보셨어요?
◆ 박미경> 네, 의외로 말을 잘하는데요. 그래도 병원에서 오늘 퇴원했기 때문에 서서히 얘기를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많은 말을 나누지는 못했어요.
◇ 김현정> 우리 관장님이 꼭 안아주니까 아이가 어떻게 하던가요?
◆ 박미경> 반가워하고 웃더라고요. 왜냐하면 아이도 이제 자기가 (보호기관에) 와 보니까 자기가 안정적으로 조금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씨익 웃더라고요.
◇ 김현정> 씩 웃어요? 아이가 그렇게 모진 학대를 당했는데도 이게 밝은 아이인가 보네요, 천성이.
◆ 박미경> 생각보다 의외로 저희 담당상담원도 그렇고 저도 그렇게 느꼈는데 어두운 행동은 크게 없고요. 목소리도 이렇게 낭랑하게 자기 의사를 잘 얘기하고 제가 제 소개를 하니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른들한테 이렇게 감사합니다라는 얘기를 되게 많이 했었어요. 인사성이 밝다라고 말씀드린 게 그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부모가 지금 조사를 받고 있는데 자꾸 다른 소리를 해요. 그래서 합당한 처벌을 하려면 학대 사실을 최대한 밝혀야 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인데. 지금 아이가 진술하기로는 ‘2018년부터 2년 내내 학대를 당했다’ 이런 겁니까?
◆ 박미경> 경찰에서 진술할 때는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저희한테 얘기를 할 때는 창녕으로 이사 오고 난 뒤부터 조금 힘들었고 많이 고통스러웠다라는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창녕으로 언제 이사를 왔죠?
◆ 박미경> 1월 말쯤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올 1월 말부터 고통스러웠다’ 그러니까 어떤 계기가 있을까요? 창녕으로 이사 온 것하고 아이를 심하게 학대하기 시작한 게?
◆ 박미경> 이제 1월부터 오면서 코로나19가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육기관에 보내는 게, 나머지 아이들도 보육기관에 보내는 게 좀 안 됐었던 것 같고요.
◇ 김현정> 밑에 동생 3명도.
◆ 박미경> 네. 이사 오면 처음부터 여러 (보육)기관을 알아봐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알아보는 단계에서 아마 코로나19가 생겼고 그러다 보니 뭐 어머님이 그렇지 않아도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는데 그 양육에 대한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을 해 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1월에 창녕으로 이사를 와서 환경이 바뀌었고 그런데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아이들 4명이 다 보육기관에 갈 수 없는 상황,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 다 집에서 보육을 해야 하는데 이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거를 그렇다고 이렇게 풀면 안 되는 거잖아요. 말도 안 되는.
◆ 박미경> 당연한 거죠.
◇ 김현정> 제일 걱정되는 건 그 피해아동의 동생들이거든요. 이제 3명의 동생은 부부 사이에서 나온 자식들, 친자녀들인데 이 아이들도 관장님이 데리고 오셨다면서요?
◆ 박미경> 네, 분리를 했었습니다.
◇ 김현정> 이 아이들 상태는 어떻습니까?
◆ 박미경> 애들은 건강하고요. 몸에 상흔 같은 것은 전혀 없고요.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외상적으로는 굉장히 건강했고요. 그런데 언니를 학대하는 것을 본 적이 아이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 아이들도 심리치료를 적용을 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이 세 아이들은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죠?
◆ 박미경> 첫 번째 아이가 만 5세고 두 번째 아이가 만 4세, 그다음에 막내아이가 생후 3개월입니다.
◇ 김현정> 생후 3개월, 만 4세, 만 5세. 그럼 우리 나이로 하자면 6살, 7살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
◆ 박미경> 네, 그 정도 연령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얘들은 어디 상처도 전혀 없고 몸무게나 이런 것도 정상적으로 보이고요?
◆ 박미경> 네.
◇ 김현정> 다행입니다. 참 다행이면서도 아니, 그러면 도대체 ‘왜 큰아이만 이렇게 목에 쇠사슬을 묶이고 고문을 하고 도대체 왜 그 아이에게만 그랬는가’가 더더욱 이해가 안 가네요.
◆ 박미경> 이게 저희도 이 업무를 하다 보면 어릴 때부터 분명히 이 아동에게는 안정적인 가정환경은 아니었을 거라고 상상이 돼요. 부모님들은 이 아이에게 동생들을 돌보는 일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조금 시켰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학대 피해 아동들의 모든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문제행동이 거짓말이라든지 이런 게 있거든요.
◇ 김현정> 학대 피해아이들한테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징이 왜 거짓말이죠?
◆ 박미경> 그 특성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도벽이라든지 거짓말이라든지 욕구가 해소가 되지 않아서 나오는 그런 행동들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부모한테 학대받은 그 스트레스를 그런 식으로 풀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 박미경> 네. 외연적으로 드러나는. 그래서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한다라고 점점 이 부모들은 학대를 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 김현정> 이게 악순환인 거네요. 그러니까 ‘부모가 학대를 하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걸 어디다 풀어야지 사는 거고. 그 푸는 방식이 거짓말이라든지 도벽 같은 게 될 수 있다’는 말씀이고. 그러면 부모는 더 혼내고.
◆ 박미경> 그렇죠. 어릴 적부터 이게 안정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문제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안정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마는 지금 아동학대 사건이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데 고질적인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 박미경> 우리나라에 아이들을 양육하는 모든 부모님들이 좀 훈육과 체벌을 구분했으면 좋겠고 아이들은 아직까지 미성숙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많은 실수를 거듭할 수도 있고 그래서 조금 제대로 된 훈육 방법으로 아이들을 성장, 양육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 여러 교육기관을 통해서 이 부모님들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이라든지 이런 게 좀 활발히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다음에 결국은 이 업무를 해 보니까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더라고요.이 업무가 많이 힘들다 보니 학대 행위자들만 만나고 쉽게 말하면 때리는 사람만 만나고 맞는 아이들만 만나다 보니 강제성이라든지 이런 게 많지 않기 때문에 이제 방문을 했을 때 나오는 행동들이 굉장히 좀 거부적인 게 많기 때문에 직원들이 소진이 많아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모든 게 하나씩 하나씩 보완이 조금 더 돼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 학대가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원가정으로 보내지는 비율이 80%가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그 아이가 그렇게 해서 집으로, ‘너 집으로 갈래, 안 갈래’하면 아이들이 집밖에 더 있습니까? 결국 집으로 보내지고 거기서 또 다시 학대당해서 숨지는 경우까지 최근에 있었잖아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된다고 보세요?
◆ 박미경> 저희 업무에 아동의 욕구라든지 아동의 생각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있어요. 그리고 이거는 조금 무조건 분리를 해야 된다 아니면 원가정으로 보내는 게 문제다라기보다는 업무를 할 때 굉장히 조금 신중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예전에 어떤 사례가 저희가 분리를 했던 사례가 있었거든요. 분리를 했던, 가정에 두기에는 너무나 불안해서 아이가 학대받은 정황도 있고 해서 분리를 했었는데 아이가 나중에 성장했을 때 성장했을 때 왜 저기로 보냈느냐라고.
◇ 김현정> 그런 경우도 있어요?
◆ 박미경> 반반이죠. 그래서 나는 부모가 있는데 내가 왜 여기에서 커야 되느냐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주변에서 내가 양육시설에서 크고 또 엄마가 아닌 다른 부모 밑에서 크고 있는 걸 다 안다. 그러니까 그렇게 내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때는 너무 어렸었거든요. 그래서 이거는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되고요. 그리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업무를 할 때 아주 중증인 사례 아니면 크게 아이들이 거의 다 집으로 가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그렇지만 무조건 집으로 보내기보다는 좀 신중에 신중을 요하는 것도 분명히 있긴 한덴 아이들을 최대한 이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가장 좋은지 생각을 해 봐야 되는 것도 있거든요.
◇ 김현정> 원가정으로 보내는 게 무조건 나쁘다도 아니고 원가정으로 무조건 보내라도 아니고 결국 그 당시 상황을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해 주는 것, 그리고 사후관리가 중요하겠네요.
◆ 박미경> 그렇죠.
◇ 김현정> 이게 한두 가지 대책으로 똑부러지게 나오는 게 아니라 결국 아주 복합적으로 모든 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우리 피해 아동, 그 기관에는 언제까지 머무르게 되고 그다음은 어떻게 되나요?
◆ 박미경> 지금 딱 정해놓은 기간은 아닌데요. 저희가 아이가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될 때까지는 치료를 조금 받게 하고요.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아이는 이제 자기가 성장하면서 그래도 그 가정위탁에서 보호되고 있을 때 학대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거기를 지정했는데 얘가 그래도 잘 지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설을 아이한테 안내를 하고 그래도 본인이 성장했던 그곳이 좋다고 한다면 아이의 선택이 가장 최우선으로 저희들은 보호조치를 할 예정이고 딱 기간은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현재 정하지 않았고요.
◇ 김현정> 회복이 되는 대로 위탁가정으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거군요?
◆ 박미경> 네, 아이는 거기를 기억하고는 있어요. 자기가 어릴 때.
◇ 김현정> 전에 위탁됐던 가정. 그때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맡겨졌다고 들었습니다.
◆ 박미경> 그런데 아직 그룹홈이라든지 쉼터라든지 이런 곳이 있다라는 걸 아이가 전혀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곳도 있었냐라고 자기가 오더니 굉장히 좋아라 했거든요. 그 환경에.
◇ 김현정> 그래서 쉼터나 그룹홈 같은 데 머무를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예전에 위탁됐던 그 가정에 돌아갈 가능성도. 그 가정의 보호자분들이 괜찮다고 하세요?
◆ 박미경> 네, 저희가 아이가 퇴원하기 전에 이제 이미 거기도 저희가 연계를 해서 여쭤봤을 때는 아,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주변에 모든 사람들하고 논의를 했을 때는 위탁가정으로 또 치료사를 부르기보다는 저희가 부모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보다는 쉼터로 와서 좀 집중적인 심리치료를 하고 아이를 안정적으로 조치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이렇게 조치를 했습니다.
◇ 김현정> 쉼터로 먼저 데려온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 박미경> 네.
◇ 김현정> ‘학교에 가고 싶다’ 이런 얘기는 혹시 안 하나 모르겠어요.
◆ 박미경> 이제 학교를, 아이가 원래 다니던 학교를 가지 않고 이쪽에 왔을 때도 또 거의 학교를 등교를 못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코로나 때문에 이사 오고 나서.
◆ 박미경> 네. 그래서 친구가 많이 주변에 없다 보니까 병원에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학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나고 사귈 수 있는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해서 학교도 등원이 되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한 적은 있습니다.
◇ 김현정> ‘학교 가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 박미경> 네.
◇ 김현정> 아이가 그런 최악의 환경에서도 구김살 없이 그래도 밝게 자라준 게 저는 너무너무 고맙고 관장님, 그 아이 심리 회복할 때까지 몸과 감염 다 회복할 때까지 정말 책임감을 가지고 정말 잘 좀 돌봐주십시오.
◆ 박미경>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그곳을 떠나서도 관장님 정말 부탁드립니다. 아이가 잘 크는지 꼭 좀 돌봐 주세요.
◆ 박미경> 네,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이 아이에게 아팠던 그런 과거들을 모두 좀 치유할 수 있고 좋은 기억들이 머릿속에 잘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김현정>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박미경> 네.
◇ 김현정>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 A양을 보호하고 있는 분이세요. 경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박미경 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