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육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소장 과학교육과 김경수 교수)는 12일 0시 경남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백악기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 자매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한국의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대형 이족 보행 악어류에 대한 보행렬 증거(Trackway evidence for large bipedal crocodylomorphs from the Cretaceous of Korea)다.
연구진에 따르면, 두 발로 걷는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 수백 점이 발견된 곳은 자혜리 전원주택 부지 조성 공사 지역으로, 약 1억 1천만 년 전에 퇴적된 백악기 진주층에 해당된다.
◇ 원시악어, 발자국 18~24cm에 몸길이 최대 3m로 추정
두 발로 걷는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발자국 길이가 18~24cm, 발자국 길이에 근거한 원시악어의 몸길이는 최대 3m로 추정된다.
이 원시악어 발자국은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Batrachopus grandis)라는 새로운 이름(신종)으로 명명됐는데, 이는 '대형 바트라초푸스 원시악어 발자국'(large Batrachopus)이라는 의미다.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악어는 육지와 물속을 오가며 살아가는(반수생) 대형 파충류로
육지에서는 네 발로 이동하며,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악어류 발자국 화석들 역시 네 발로 걷는 '4족 보행'의 발자국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백악기 대형 악어 발자국 화석은 두 발로 걸었던 악어류가 남긴 흔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발견이며, 두 발로 걷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원시악어가 백악기에 우리나라 호숫가에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발가락이 4개이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작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
◇ "발가락 크기와 수 형태 등 현생 악어류와 같아 "
연구진은 "발바닥 피부 자국은 현생 악어의 발바닥 피부 패턴과 거의 일치한다"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보행렬이 발견됐는데 이런 보행렬 패턴은 이 원시악어가 무리를 지어서 이동하는 습성을 가졌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사람 발자국과 아주 비슷하며, 걸어가며 남긴 보행렬도 사람 발자국 보행렬과 매우 비슷해 사람 발자국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수께끼 공룡 시대 발자국은 익룡 발자국도 아니고 사람 발자국도 아닌 두 발로 걷는 악어 발자국으로 최종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자국 화석에 대해서는 그동안 사람이나 익룡의 발자국일 것이라는 추정이 많았다.
연구진은 "사람 발자국은 5개의 발가락이 있으며, 첫 번째 발가락(엄지 발가락)이 가장 크고 긴데 백악기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발가락이 4개로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작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형태는 기본적으로 현생 악어의 뒷발가락이 4개이며,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긴 것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자혜리에서 발견된 악어 발자국 화석은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가 남긴 것"이라며 "따라서 1억 1천만 년 전 백악기에 진주와 사천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악어들이 공룡, 익룡, 포유류, 개구리, 도마뱀 등과 함께 백악기 호수 주변에 살았음을 알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 "백악기 시대에 한반도에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 있었다는 것 세계 최초 확인"
연구진은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앞발자국의 흔적이 얕게 찍혀 있거나 혹시라도 연구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평소에는 네 발로 걷다가 일시적으로 두 발로 걸었을 때 남겨진 뒷발자국 흔적은 아닌지' 등을 심도있게 검토했다며 사천 자혜리의 특이한 이족 보행 발자국 화석들은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가 남긴 발자국이라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공룡과 함께 육상 생물 중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트라이아스기 말기에는 이들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류가 멸종한 것으로 해석됐다"며 "그러나 사천 자혜리에서 발견된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의 발견으로 인해 이들이 트라이아스기에 멸종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지역에서 약 3m 길이의 원시악어가 백악기까지 오랜 기간 살아남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증거이자 최초의 발견이다"고 강조했다.
진주교대의 이번 연구는 서부 경남 지역인 진주, 사천, 고성 일대의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세계자연유산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of Universal Value)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발자국 화석 보존 상태와 세계 최고의 다양성 등은 백악기의 생태계를 충분히 복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 미국, 호주의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진주교대 김경수 교수,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복원기술연구실장 등이 참여했고 미국의 콜로라도 대학교 마틴 로클리 교수, 호수 퀸즈랜드대학교 앤서니 로밀리오 박사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