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일가족 사망, 엄마 귀가 전에 아들 이미 숨졌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들여다볼 사건은 저도 사실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던 사건이거든요. 원주 얘기라면서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지난 일요일 새벽에 발생한 원주 일가족 사망 사건인데요.

◇ 김현정> 집에 불이 나서 가족이 다 사망했다, 처음에는 이렇게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흉기에 찔린 사람도 있고 뛰어내린 사람도 있고 좀 복잡해요.

◆ 손수호> 단순하지 않고 아직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도 많지 않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말을 굉장히 아끼는 중이죠.

(사진=연합) 원주 아파트서 방화 추정 불, 일가족 3명 사망
◇ 김현정> 자, 어떤 사건인지 좀 요약해 주시죠.

◆ 손수호> 지난 일요일이었죠. 6월 7일 새벽 5시 51분 강원도 원주시의 한 아파트 6층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어요. 당시 폭발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거실 베란다 난간이 부서질 정도였는데요.

◇ 김현정> 불은 비교적 금방 꺼졌죠.

◆ 손수호> 네. 집 내부 3분의 1 정도를 태우고 꺼졌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그 집 작은방에서 중학생인 14세 아들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처음에는 불이 났기 때문에 화재로 사망했구나 생각했는데, 수상한 점이 발견된 거예요.

◆ 손수호> 온몸에 화상이 있었어요. 그런데 흉기에 의한 상처가 여러 개 발견됐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화재 발생 전 흉기에 찔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사망 시점 역시 화재 발생 전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코, 입, 기타 호흡기 안에 화재로 인한 그을음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서 사망 원인과 시각을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 김현정> 게다가 이 아이의 부모도 사망했어요.

◆ 손수호>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됐어요. 6층에서 추락한 겁니다. 목격자가 있어요. 목격자에 따르면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떨어졌는데요. 발견 당시 아내는 이미 숨져 있었고, 남편은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날 오후 사망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두 사람은 추락사인 겁니까?

◆ 손수호>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인데요. 아내에게도 흉기에 의한 상처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즉 아들한테 상처 있었고 떨어져 숨진 아내한테도 상처가 있었고.

◆ 손수호> 그래서 아내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후 추락한 건지 아니면 상처 입은 상태에서 추락해서 추락으로 인해 사망한 건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죠.

◇ 김현정> 단서들이 많지가 않은데 이게 전부예요?

◆ 손수호> 네, 현재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내막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이 있기는 해요. 우선 첫 번째, 이들 부부 사이에 큰 갈등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갈등이 있었습니까?

◆ 손수호> 네. 부동산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한 갈등이었는데요. 자주 싸웠습니다. 신축 아파트라서 층간 소음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곳이었는데도 아래층에서 자주 항의할 정도로 심한 다툼이 잦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사건 발생 6일 전인 6월 1일에 이미 법적으로 이혼했습니다.

◇ 김현정> 아, 사건 발생 6일 전에 이혼?

◆ 손수호> 그래서 저희가 편의상 부부라고 부르지만, 사실 전 부부가 더 정확한 표현이죠.

◇ 김현정> 아니, 6일 전에 이혼을 했는데 어떻게 같이 있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 손수호> 다양한 경우가 있죠. 이혼은 했지만 누가 나가서 살지 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그건 정했지만 아직 새로운 집을 구하지 못한 경우도 있죠. 이번 사안은 아니지만 위장이혼도 존재하고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남편이 나가서 따로 살고 있었는데 어떤 일로 잠시 찾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김현정> 이혼하고 따로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잠시 찾아왔다, 방문했다. 이게 첫 번째 단서. 두 번째는요?

◆ 손수호> CCTV 영상들이 있거든요. 이런 영상을 통해서 여러 시각을 확인했습니다.

◇ 김현정> 어떤 내용인가요?

◆ 손수호> 남편이 그 집에 들어간 건 일요일 새벽 1시였어요. 아내는 그 시간에 밖에 있었습니다. 이후 새벽 5시 30분경에 아내가 집에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남편이 먼저 집에 들어가고 4시간 반쯤 지난 후 아내가 들어간 거예요. 그리고 아내가 집에 들어간 지 21분 후인 새벽 5시 51분에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 김현정> 그럼 아내가 귀가한 후 다투다 홧김에 불을 질렀다. 그러고 나서 아들을 보니까 아들 혼자 어떻게 살아,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아들도 살인했다, 이렇게 일단 그림은 저는 막 그려지는데?

◆ 손수호>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남편이 집밖으로 나왔다가 휘발유 가지고 새벽 5시 20분경 집으로 다시 들어갔잖아요. 그게 아내 귀가 10분 전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 부부 사이의 다툼 끝에 화재가 발생한 게 아니라 그전에 이미 남편이 방화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거죠.

◇ 김현정> 그럼 흉기를 휘두른 것도 미리 계획했을 거다?

◆ 손수호> 그런데 또 그건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단서들을 모두 살펴본 다음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럼 나머지 다른 단서들도 보죠.

◆ 손수호> 당시 출동한 소방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했어요?

◆ 손수호> 그 소방관이 문을 열고 화재 현장에 들어가자마자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눈 마주친 직후 남편이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아내와 함께 6층에서 뛰어 내렸다.

◇ 김현정> 소방관이 막 들어가 보니까 남편이 있어서 눈이 마주쳤는데 아내를 안고 있고 아내는 이미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의식이 없는 것처럼?

◆ 손수호> 경찰에 그런 이야기를 한 거예요.

◇ 김현정> 그러더니 소방관 보는 앞에서 뛰어내렸다?

◆ 손수호> 만약 그 진술이 정확하다면, 남편이 아내와 아들을 흉기로 살해했거나 적어도 흉기로 공격했을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거죠.

◇ 김현정> 굉장히 끔찍한 일이네요.

◆ 손수호> 세 명 모두 이미 사망했어요. 하지만 당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사망 선후 관계에 따라서 상속 등 금전 관련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양가의 손해배상 문제도 달라질 수 있고, 혹시라도 범죄에 가담한 외부 공범 가능성도 따져봐야죠. 그런데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일단 이 두 가지는 우선 배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그게 뭡니까?

◆ 손수호> 간혹 이런 사례들이 있잖아요.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부부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그런데 이 사건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미 이혼을 한 상태이고 또 아내 몸에도 흉기에 찔린 상처들이 남아 있다는 점을 볼 때 남편이 주도한 강력 범죄일 가능성이 더 크겠죠.

◇ 김현정> 배제해야 할 두 번째는요?

◆ 손수호> 그리고 아내가 귀가한 다음 이들 부부 사이에 다툼이 시작됐을 가능성 역시 커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5시 30분에 귀가하고 21분 만에 폭발이 일어났잖아요. 그런데 21분 사이에 아내와 다투고 감정 격해져서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그때부터 방화 준비했는데 폭발까지 일어났다?

◇ 김현정> 시간이 너무 짧군요.

◆ 손수호> 게다가 단순 화재가 아니라 유증기에 의한 폭발이 일어났다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 김현정> 그러네요. 싸우고, 싸움 끝에 아들 살해하고 아내 살해하고, 불지르기에는 너무 짧으니까.

◆ 손수호> 또 숨진 아들의 몸에 흉기에 의한 상처가 있었고, 손과 팔에서도 발견됐어요. 이건 저항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죠. 잠자고 있다가 저항도 못하고 살해당한 게 아니라, 부자 간 몸싸움이 있었을 가능성. 그리고 남편 배에서도 흉기에 찔린 상처가 발견됐거든요. 자해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몸싸움으로 인한 상처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그런데 아내에게서는 저항 흔적이 보이지 않거든요. 우선 남편이 일으킨 범행이고, 아내가 없을때, 아내가 귀가하기 전에 이 사건이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합니까?

◆ 손수호> 또 경우가 나뉘는 것 같아요. 첫째, 남편이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서 그날 가족들을 순차적으로 살해하고 불 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 즉, 계획범죄 가능성인데요. 이미 이들 부부는 이혼했고, 그 아파트는 아내 명의였고, 남편은 다른 곳에서 생활했다는데요. 그렇다면 그날 남편이 그 늦은 시간에 그곳을 간 건 애초부터 범행을 계획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거죠. 그렇다면 계획범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럼 정리하자면 아까 소방관이 들이닥쳤을 때 남편이 아내를 이렇게 안고 있고, 의식을 잃은 상태라고 그랬잖아요. 그리고 같이 뛰어내렸다. 그런데 아들은 이미 숨져 있었다는 얘기고.

◆ 손수호>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큰 거죠.


◇ 김현정> 전 부인하고 먼저 싸우다 살해하고 그 다음 아들도 살해한 게 아니라 아들과 아빠만 있었던 그 4시간 동안 먼저 아들과 다툼이 있었고 아들 살해했고 그 다음 엄마가 돌아와서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식으로 벌어진 건 아니냐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거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범행 순서는 그렇게 됐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다만 아들 살해와 전 부인 살해를 모두 계획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경위로든, 어쩌면 우발적으로 먼저 아들을 살해했고, 그러자 아내 살해와 방화를 결의하게 되었을 수도 있죠. 그게 바로 두 번째 가능성인데요.

◇ 김현정> 우발적 사건일 가능성.

◆ 손수호> 사실 남편이 그때 그곳을 간 이유를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이혼 6일 만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새벽이었고. 또 그 이혼 과정에서 감정 대립이 있었을 것이고요. 그래서 부자가 먼저 다투고 몸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아들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들을 살해할 생각이었으면 몸싸움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계획적으로 준비해서 실행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어찌되었든 아내도 사망했습니다. 단순 추락사가 아니라 그 전에 흉기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죠. 그렇다면 아내와 아들은 이 사건의 피해자가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위로 사망한 것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겠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들이 14살이잖아요? 만 14살.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무슨 이유로든 이 아이가 이렇게 숨져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 손수호> 당연하죠.

◇ 김현정> 부모가 무슨 아이의 생명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최근 창녕 학대 사건, 천안 여행가방 사망 사건에 이어서 이 사건까지 보니까 더욱 안타까워요.

◆ 손수호> 일가족이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아직 명확히 다 알지는 못해요. 앞으로 조사를 진행해도 완벽하게 다 파악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재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 절차가 진행 중이거든요. 부검을 통해서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해서 누가 누구를 살해한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사망 선후 관계도 확인해야 하고요. 경찰이 주변 상황 차근차근 조사하면 이 비극의 원인도 확인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조금 전 김현정 앵커가 이야기한 14살 아들. 그 중학생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게임 영상 올리는 유튜버로도 활동했어요.

◇ 김현정> 그 14살 아들이?

◆ 손수호> 네. 사건 전날에도 영상 올렸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좋은 장비 마련해서 기분 좋다고 기뻐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런 참담한 일 당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들이 생전에 활동했던 유튜브 채널을 찾아가서 애도의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일들, 아동학대, 이런 사건이 연일 터져서 참 마음이 무거운데, 이 사건도 놓치지 않고 억울한 죽음의 진상 밝혀야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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