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보도'부터 형 확정까지…'국정농단' 최순실의 1327일

16년 10월 24일 '태블릿 PC보도'로 '국정농단' 중심에
한 달만에 귀국→체포→구속→기소…재판 대장정 시작
재상고심 형 확정까지 3년 8개월…곧 구치소서 교도소로 옮길 듯

2018년 8월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최서원 씨.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이자 '국정농단'을 주도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64)씨에 대해 대법원이 11일 징역 18년·벌금 200억원의 원심을 확정했다.

이른바 '태블릿PC' 보도로 최씨가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으로 지목된 후 약 3년 8개월, 일수로는 1327일 만이다.

◇'태블릿 PC' 속 등장한 최순실…귀국부터 기소까지 '속전속결' 檢수사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건 2016년 10월 24일, 이른바 '태블릿 PC 보도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를 기점으로 이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전국민적 요구가 빗발쳤고, 검찰은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수사절차에 나섰다.


당시 독일에 있던 최씨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급히 귀국했고 바로 다음날인 10월 31일 검찰에 소환되며 첫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남긴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는 외마디 말과 검찰청사에 들어가던 중 벗겨진 '프라다 신발' 한 짝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씨는 3일 뒤인 11월 3일 구속됐고 같은달 20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첫 재판에 넘겨졌다.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 한달 만에 귀국부터 기소까지 이뤄진 셈이다.

이후 검찰의 수사를 넘겨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듬해(2017년) 2월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의혹 관련 최씨를 추가 기소했다.

이무렵 최씨의 공범이자 '국정농단' 사태의 최종 책임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됐다. 2017년 3월 10일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를 받던 중 같은달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그리고 그해 4월 17일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수사를 일단락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승계를 위해 승마지원금 등을 건넨 혐의로 같은해 2월 28일 특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경제공동체' 朴과 나란히 '중형'…'집유' 이재용과 운명 엇갈려

속전속결로 이뤄진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 대한 첫 법원의 판단은 먼저 '입시비리' 의혹에서 나왔다.

1심은 2017년 6월 최씨가 이화여대 총장 등과 정유라씨의 부정입학을 공모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형량은 항소심을 거쳐 2018년 3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국정농단 의혹에 최씨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반면, 이보다 앞서 기소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서는 각급 재판부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최씨도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심, 상고심 그리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재상고심까지 오게 됐다.

1심은 2018년 2월 최씨가 기업들을 상대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출연금을 모금한 혐의 상당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뒤인 그해 8월 2심 재판부는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최씨에게 선고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이재용 부회장으로 하여금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뇌물을 주게 한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점을 인정하지 않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같은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나란히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 사이 또다른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은 이들과 크게 엇갈렸다. 이 부회장은 2017년 8월 삼성승계를 위해 승마지원금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약 반년 뒤인 2018년 2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풀려났다. 1심에서 뇌물로 인정한 승마지원금 상당 부분을 무죄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서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두 번의 대법원…'3년 8개월' 대장정의 마무리는 징역 18년·벌금 200억원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이들 세 피고인에 대한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했다. 세 사람의 혐의가 서로 겹치지만 하급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부분이 있어 최종 선고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취지였다.

사건 심리를 마친 전합은 같은해 8월 29일 상고심에서 세 피고인 모두 2심 재판을 다시하라고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선고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뇌물공여액이 50억원 늘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파기환송심에서 원심보다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반면, 최씨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가 성립될 정도의 협박은 아니라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세 피고인 중 그나마 하급심보다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 또한, 파기환송심에서 전합의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2심보다 2년 낮은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이같은 판단에 불복해 다시 한번 대법원에 재상고장을 냈다. 그리고 재상고심을 기다리는 사이, 최씨는 구치소에 옥중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를 출간하기도 했다. 최씨를 1심부터 변호해온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형식적 사법절차는 곧 끝나지만, 그때부터 역사의 법정이 열릴 것이다"고 대법원을 겨냥했다. 하지만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최종적으로 최씨에게 징역 18년·벌금 200억원이라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국내외 법조 연구가들에 의해 대에 걸쳐 잘못된 판단·케이스로 인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로써 '태블릿 PC 보도'로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지 3년 8개월 만에 최씨에 대한 모든 사법절차는 마무리됐다. 입시비리 의혹에 이어 국정농단 사건의 형도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서 최씨는 이제 구치소를 떠나 조만간 교도소로 가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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