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업소들은 여전히 기존 '수기 명부'에 의존하는 등 제도 연착륙까지 갈길이 먼 분위기도 엿보였다. QR코드 도입에 대해선 기존 방식보다 편리하고 체계적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한편, 제도 정착을 위한 정부의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0일 저녁 서울 홍대에 있는 한 헌팅포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큰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손님들은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게 문 앞에는 그간 코로나19 여파를 의식한듯 '줄을 가까이 서지 말라', '마스크 착용 입장' 등의 안내가 적혀 있었다. 내부 입구에는 'QR코드' 출입대가 위치했다.
직원 이홍석(23)씨는 "QR코드로 하니 수기 작성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며 "손님들에게 조금 설명이 필요하긴 한데, 손님들도 금방 적응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QR코드 의무화 시설인 노래방도 업소마다 도입 여부가 엇갈렸다. 신촌에 있는 한 노래방 직원은 "한 일주일 전쯤 QR코드 도입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아직 도입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손으로 (명부를) 적는 게 불편하다"며 향후 도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신촌에 또다른 노래방에서는 QR코드를 도입했지만, 제도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직원은 "철저한 방역이 더 중요하지 QR코드 도입으로 정부가 상인들에게 더욱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QR코드 자체도 아직 네이버 회원 밖에 안되고, 앱도 깔아야 하고 이해가 쉽게 안되는 점이 있다. 업자가 고연령대라면 쉽게 적응을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QR코드가 처음 도입된만큼 다소 불편하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백모(28)씨는 "거짓말하고 허위로 쓰는 사람도 많다"며 "솔직히 말해 귀찮지만, 취지가 좋다 생각하니까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민성(50)씨 역시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것이 있어야 코로나19가 빨리 해결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QR코드 도입은 고위험 시설로 분류된 Δ헌팅포차 Δ감성주점 Δ클럽, 룸살롱 등 유흥주점 Δ단란주점 Δ콜라텍 Δ노래연습장 Δ줌바·태보·스피닝 등 실내집단운동시설 Δ실내스탠딩공연장 등 8종의 시설에 대해 의무화됐다.
해당 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접촉자 추적이나 역학 조사 등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기 위한 취지다.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파악된 고위험시설 8종은 현재 8만여곳에 달한다.
다만 정부는 오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즉각적인 벌칙 적용은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고위험시설에 대해선 QR코드의 비치가 의무적으로 강제화되어 있다"며 "계도기간까지는 바로 이러한 벌칙조항을 적용하기보다,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이후 다시 적발될 경우 벌칙을 적용하는 쪽으로 계도를 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