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경비원 감원 막은 아파트 주민들, 또 지켰다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아파트 경비인력 감축안 철회
87명 유지키로…주민들 "감축 반대" 대자보 붙이는 등 반발

5년 전 힘을 모아 경비원 인력 감축을 막아냈던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또 한 번 경비원 감축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11일 SK북한산시티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전날 오후 동대표 임시회의를 열어 경비업체 선정 안건을 재논의한 끝에 종전에 통과됐던 경비원 감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올해 1월로 기존 경비업체와의 계약이 끝남에 따라 경비업체 선정 입찰공고안을 새로 정하면서, 지난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을 기존 87명에서 33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입찰공고 안건이 통과됐다. 그러나 경비초소 용도변경을 둘러싼 법률적 문제와 주민 반발로 인해 안건이 재심의에 붙여진 끝에 철회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참석한 동대표 26명 중 19명의 찬성으로 경비원을 기존 87명 체제로 입찰공고를 하되 향후 인원 증감을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건이 통과됐다.

지난달 가결됐던 경비인력 감축 결정이 뒤바뀐 데는 법률적 문제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앞서 입주자 대표 측은 관리비 절감 및 순찰기능 강화 등 이유를 내세워 경비인력을 줄이고 70대 위주인 경비원을 50∼60대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런 방안이 시행되면 경비원이 줄어 기존 경비초소 43개가 사실상 경비실로서 용도를 잃으면서 폐기된다. 이럴 경우 주택법에 따라 입주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고 관할 관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회의 당시 입주자 대표 측은 이런 법률적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입주자 동의 없이 경비인력을 33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가결했다. 이후 문제를 인지한 관리업체 측이 경비업체 선정 입찰공고 안건을 재심의하게 됐다.

경비인력 감축안이 다시 논의된 데는 법률적 문제가 컸지만, 그 과정에는 일방적인 경비원 감원에 반대하며 대자보를 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입주민들이 있었다.

이 아파트는 2015년에도 경비원 감원 논의가 있었으나 입주민 반발로 동대표회의에서 인력 감축안이 부결돼 감원이 무산됐던 사례가 있다.

이날 경비업체 선정 안건을 재심의하는 임시 입주자대표 회의에는 의결권이 있는 동대표들 외에도 사전에 참관을 신청한 입주민 50여명이 몰렸다.

한 동대표가 기존 경비체제의 순찰 기능이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솔직히 경비원분들이 순찰하는 것 본 적 있으시냐"고 묻자 주민들은 "많이 봤다"며 반발했다.

아파트에 20년간 살았다는 한 주민이 "이런 안건이 있으면 주민 의견을 듣고 동의를 구해야지 대표라고 해서 마음대로 해달라고한 적 없다"고 하자 주민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오후 8시부터 2시간가량 입주자 대표 측과 주민들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간 끝에 우선 기존대로 경비원 87명을 유지하는 방안이 통과되자 일부 주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의에 참석한 주민 진모(52)씨는 "입주민이 붙인 대자보를 보고 왔다"며 "경비원들은 봄이 오면 꽃잎 하나까지 쓸고 겨울에는 쏟아지는 눈을 쓸어주시는 감동적인 분들"이라며 고용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15년간 거주했다는 주민 장모(55) 씨는 "경비원들이 나이가 많아 일을 못 한다고 하는데 나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입주자 대표 측이 늘 별 것 아닌 사안에는 서명해달라고 하면서 이런 내용은 어떻게 주민투표도 안 할 수 있냐"고 했다.

재심의 결정에 따라 즉각적인 경비원 감원은 이뤄지지 않게 됐으나 향후 다시 감원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관리업체 측은 입주자 대표들에게 배부한 자료에서 "일정 기간 이후 현재 경비초소는 그대로 운영하면서 적절하게 경비 인원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전체 입주자의 동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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