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호 물고문 욕조 앞에 선 文대통령 "이 자체가 공포감"

문대통령 내외,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찾아 헌화
"철저한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리는 것"…김 여사 눈시울 적시기도
경찰엔 "조사실 기억할 수 있게 한 것도 큰 용기" 평가
민갑룡, 경찰청장으로 처음 기념식 참석 "경찰관 모두 성찰하는 공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 마련된 박종철 열사 영정에 묵념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故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의 509호 조사실을 찾아 헌화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 중인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치뤄진 33주년 6.10 민주항쟁기념식에 참석한 뒤 509호를 찾았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조사실에 있는 고인의 영정앞에 헌화했다. 헌화된 꽃은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를 무명손수건으로 감싼 것으로, 김 여사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장미꽃은 이날 기념식의 주제 중 하나로 6.10항쟁 당시 경찰에게 장미꽃과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저항했던 데서 유래됐다. 동시에 6.10 항쟁으로 인해 활짝 피게 된 민주주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 손수건은 민주화운동 당시 경찰이 쏜 최루탄에 쏟아지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던 기억에서 비롯됐고, 무명천은 "역사를 전진시킨 평범한 국민들을 상징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안내를 맡은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괸리소장은 "어떻게 하면 여기에 끌려온 사람들, 연행되어 온 사람들이 완벽한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방향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고 건물을 소개하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에 적극 나섰고, 남영동 조사실에서 실제로 조사를 받기도 했던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도 문 대통령과 동행해 과거 고문의 기억과 흔적들을 증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지선 스님과 조사실을 둘러보며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사람의)여러 가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문용 욕조를 짚어 본 대통령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되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지선 스님의 경험담을 듣던 중 탄식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은 또 지선 스님에게 "경찰에서 이곳을 민주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내놓은 것도 큰 용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509호실을 나와 만난 민갑룡 경찰청장에게도 문 대통령은 "이 장소를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주고, 또 어제는 공개적으로 사과 말도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곳을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답했다.

민 청장은 이날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경찰청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또 경찰의장대는 기념식 전체를 의전해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당한 고인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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