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 중인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치뤄진 33주년 6.10 민주항쟁기념식에 참석한 뒤 509호를 찾았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조사실에 있는 고인의 영정앞에 헌화했다. 헌화된 꽃은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를 무명손수건으로 감싼 것으로, 김 여사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또 손수건은 민주화운동 당시 경찰이 쏜 최루탄에 쏟아지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던 기억에서 비롯됐고, 무명천은 "역사를 전진시킨 평범한 국민들을 상징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안내를 맡은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괸리소장은 "어떻게 하면 여기에 끌려온 사람들, 연행되어 온 사람들이 완벽한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방향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고 건물을 소개하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에 적극 나섰고, 남영동 조사실에서 실제로 조사를 받기도 했던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도 문 대통령과 동행해 과거 고문의 기억과 흔적들을 증언했다.
고문용 욕조를 짚어 본 대통령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되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지선 스님의 경험담을 듣던 중 탄식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은 또 지선 스님에게 "경찰에서 이곳을 민주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내놓은 것도 큰 용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곳을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답했다.
민 청장은 이날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경찰청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또 경찰의장대는 기념식 전체를 의전해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당한 고인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