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은 공수처법에 따른 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견제구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야당이 처장 임명을 발목잡을 수 없도록 하는 후속 법안을 발의하며 방어를 준비중이다.
◇공수처 출범 촉구하는 문 대통령…반대론 띄우는 통합당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통령의 공수처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는지 참 의문이다"며 "공수처 수사대상 1호는 문재인 대통령 측근이 돼야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수처에 줄곧 반대해 온 통합당이 다시 반대론을 띄운 것으로 이는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는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기구인데도 야당이 부정적인 것은 의아하다"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통합당이 강하게 반발하며 공수처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는 것.
특히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을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은 3년째 비워두고 있으면서 뜬금없이 이제 와서 '공수처는 대통령 측근을 수사하기 위한 것인데 왜 야당이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공수처 수사대상 1호가 검찰이 될 수 있는 듯한 말을 하고 있다"고 공수처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칼자루 쥔 쪽은 통합당…공수처장 후보 추천 무력화 카드 사용할 수도
공수처 출범에 반대하고 있는 통합당이 꺼낼 수 있는 카드로는 우선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무력화가 꼽힌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에서 추천한 후보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선택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결국 우선적으로 공수처장 추천위가 후보를 추천해야 이후 임명 절차도 가능한 구조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공수처장 추천위원에 통합당 몫이 두 자리인데 아예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면 공수처장 후보 논의 자체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도 일찌감치 지난달 28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야당이 지명하는 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마음대로 임명 못 하는 것이니 그것을 지켜달라"고 예고했다.
통합당은 더 나아가 공수처장도 야당이 추천하는 사람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를 만든 목적이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을 수사하기 위한 것이라면 공수처장도 야당이 추천하는 사람을 해야 그 말에 진실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수처 후속법안으로 맞대응
민주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수처 후속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한차례 막혔던 공수처 후속법안을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21대 국회 16번째 법안으로 이미 올려놓은 상황이다.
법안은 △국회법 일부개정안과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다.
또 공수처의 소관 상임위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민주당이 반드시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는 이유 중 하나로도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통합당의 공수처 무력화 카드가 유효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법사위 장악을 통한 공수처 출범 강행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여 원구성 기싸움에 이어 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2라운드 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