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종인에게 '기본소득 공개 토론' 제안한 이유

이재명 "김종인, 기본소득 어젠다 선점…2012년 대선 재판 우려"
이재명, 야권 거물들과 토론 제안…'기본소득' 대표주자 이미지 부각
이재명 "홍남기, 곳간 닫을 권한 없어…엄살 말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차기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제'를 놓고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재명 지사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본소득 찬반토론에 나오겠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누가 나오시나요?"라고 물으며 상대토론자로 가장 먼저 김종인 위원장을 지목했다.

◇ 이재명 "김종인, 기본소득 어젠다 선점…2012년 대선 재판 우려"

이어 "'김세연 의원, 유승민 의원 또는 안철수 대표님도 (저와의 토론을) 한번 고민해 보시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김 위원장을 가장 먼저 상대 토론자로 지명한 것은 '그가 기본소득이라는 차기 대선 화두를 선점해 앞으로 주도할 수 있다'는 경계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최초의 기본소득인 노인기초연금 공약을 빼앗긴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를 주도한 이는 바로 김종인 위원장이다. 또 최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지사의 판단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는 "정치감각이 뛰어난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정책이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효용성을 이미 간파했다"면서 "결국 피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어젠다를 선점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기본소득이라는 화두의 반은 이미 움켜잡았다'는 표현도 썼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새 경제정책 기본소득을 백가쟁명의 장으로 끌어내 주신 위원장님의 뛰어난 역량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한 바 있다.

◇ 이재명, 야권 거물들과 토론 제안…'기본소득' 대표주자 이미지 부각

이 지사가 상대 토론자로 여권 정치 거물이 아닌 야권 유력 정치인들을 지목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기본소득'을 놓고 여권 인사와 각을 세우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면서 기본소득 논의의 여권 내 대표주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이날 방송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해 대선주자 선호도 1위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완곡한 방법으로 '입장 차이'를 부각시켰다.

이낙연 의원은 기본소득제에 관한 찬반 논의를 기본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복지체제를 대체 또는 보완하자는 것인지, 또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논의와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사진=자료사진)
반면 박원순 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훨씬 더 정의롭다'며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먼저 박 시장의 주장에 대해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은 양자택일적 관계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전국민 고용보험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 그건 그것대로 노력하면서 새로운 영역의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기본소득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기업의 일자리는 줄면서 생산량은 늘어나는 반면, 소득 감소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경제의 수요·공급 불균형이 경기침체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 만큼 기본소득제를 도입해 부족한 수요역량을 보완해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 그 자체'라는 것이 이 지사의 시각이다.

◇ 이재명 "홍남기, 곳간 닫을 권한 없어…엄살 말라"

그는 또 이낙연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본소득을 준다고 표현하지 말고 경제정책으로 집행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10조원이면 1인당 20만원인데, 이를 특정 재벌기업이나 부실기업 지원에 쓸 것이냐, 아니면 전국민한테 지급해서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 소상공인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냐를 생각해보면 선택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지사는 '이미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다'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원래 창고지기는 곳간을 열고 닫을 권한이 없다. 그건 엄살이다"며 다소 공세적인 반응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나라 국채 발행은 약 GDP의 40%정도라서 OECD국가 평균 110%와 비교하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액으로 봤을 때도 국채 발행이 GDP의 220%에 달하는 일본도 1인당 130만원을 지급했는데 우리는 이제 겨우 27만원을 지급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이 지사의 1호 공약인 '기본소득제'가 주목을 받을수록 견제 심리가 발동해 여야의 날선 비판이 그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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