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있으면 잘린다?" 어이없는 女역도 감독 교체

장미란 등 올림픽 최고 성적에도 교체

역도
사상 최고 성적을 낸 여자역도 대표팀 오승우 감독이 교체돼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대한역도연맹이 오감독 교체에 대한 이유가 군색하고 남자 대표팀의 경우와 형평성에 맞지 않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역도연맹은 2일 "지난해말 강화위원회와 상임이사회에서 여자역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오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경기도 수원체육회 소속 김기웅 감독을 뽑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 2년 만료"…남자대표팀 감독은 15년 이상 유임

교체 이유가 석연찮다. 지난 2007년 1월 대표팀을 맡은 오감독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장미란(금메달)과 윤진희(은메달)를 이끌고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제조기'' 임정화, 김수경 등 역도 유망주를 키워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가호연 연맹 사무국장은 교체 배경에 대해 "다음 주 공식 보도자료를 낼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한 연맹 상임이사 및 강화위원은 익명을 요구하면서 "당초 계약이 2년이었고 올림픽을 끝으로 기간이 만료된다"면서 "아테네올림픽까지 종합대회를 2번이나 치른 만큼 후배들을 위한 세대교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감독도 재계약에 대해 강력하게 원하지 않았던 점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남자대표팀과 비교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이형근 감독이 유임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이감독의 경우 15년 이상 대표팀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오감독과 형평성 차원에서 크게 어긋난다.


오감독도 이번 교체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뭐라 말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오감독은 "저도 후배도 있고 지도자로서 욕심을 낸다고 모든 게 이루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감독은 비 국가대표 출신…물러나도 직장이 있지 않나"

이유는 연맹 내부의 줄서기와 자리 마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위원은 "이형근 감독은 서울올림픽 동메달 출신의 경력과 함께 그동안 대한체육회와 관계 등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오감독에 대해선 "대표선수 출신도 아닌 데다 사실 지금 가진 능력 이상의 성적을 내왔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강화위원 9명 중 아무도 오감독을 추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기웅 감독 선임 배경도 얼른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대표를 비롯해 이렇다할 선수를 키워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예전 대표 시절 허리 디스크에 걸렸어도 금침을 50여방이나 박는 등 강인한 정신력을 보였다"면서 "장미란 이적 등 요즘 선수들은 돈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선수를 잘 길러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감독은 물러나도 직장이 있다는 것도 이유다. 이 위원은 "오감독은 전 소속인 제주도청을 맡을 수 있지만 이형근 감독은 당장 나가면 실업자가 된다는 점도 안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올림픽에서 장미란, 사재혁의 금메달과 윤진희의 은메달, 이배영의 투혼 등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역도. 그러나 선수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역도에 대한 관심이 연맹의 납득하기 힘든 행정으로 식어버릴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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