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8일 오전 10시쯤 정장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불법합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있는지", "혐의를 부인하는지" 등 취재질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어 출석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곧장 향했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이 부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조직적인 불법 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목적에서 주가 관리 등을 통해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는 고의로 낮추고,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았던 제일모직의 가치는 반대로 부풀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합병에 따른 회계처리 과정에서 자본 잠식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승계작업으로 지목된 핵심 사안들이 불법이 아니며, 이 부회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연일 입장문을 내고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 수사팀은 대표적인 현직 특수통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가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 측엔 삼성 법률고문인 최재경(17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전직 특수통들이 변호인단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장실질심사부터 전·현직 특수통들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다음날인 9일 새벽쯤 판가름 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