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다음엔 좋은 가족 만나길" 천안 '9살 소년' 추모 이어져

A군 살던 아파트 상가 앞 추모공간에 주민들과 친구들 추모 잇따라
학교에도 분향소 설치돼 있어.."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교사들

"친구야 다음엔 좋은 가족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

9살 짧은 생을 끝으로 하늘나라로 간 천안 여행가방 사건의 피해자 A군에게 같은 나이의 한 학생이 적은 글이다.

5일 A군이 살던 충남 천안 백석동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는 A군을 추모하기 위한 메모들로 가득했다. 어떤 이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과자를 놔두기도 하고, 어떤 주민은 국화꽃 한 송이를 고이 놔두고 갔다.

5일 천안의 한 아파트 상가에 마련된 '천안 여행가방 소년'의 추모공간에 또래 학생들이 찾아와 추모하고 있다. (사진=인상준 기자)
또래 아이로 보이는 한 학생은 7시간 동안 가방 안에서 갇혀 있던 A군이 목이 마를까 음료수를 놓고 가기도 했다.

많은 어른들은 지켜주지 못한 마음을 메모에 남기면서 A군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

한 주민의 메모에는 "고통없는 곳에서 마음껏 날개 피며 살기 바란다"며 "가슴이 너무 아프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글을 담겨 있다.

A군의 추모공간을 만들자고 건의하고 자신의 상가 앞에 마련한 전효정(34·여)씨 역시 두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다.

그는 "입주민들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면서 "처음 이런 소식을 접했을 땐 아이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상태였다. 깨어나길 간절히 소망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저희 아이와도 놀이터에서 한번쯤은 마주치지 않았을까 싶어서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이런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A군이 다니던 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 교사들과 교직원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인상준 기자)
A군이 다니던 학교에는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분향소는 학교 교문 안 쪽에 마련해 학생들과 학부모들, 주민들이 A군을 추모할 수 있도록 했다.

분향소가 마련되자 교사들과 교직원들이 가장 먼저 찾았다.

어떤 교사는 A군의 분향소에 들어오자마자 눈물을 흘리면서 A군을 추모했다.

전학을 와 1년밖에 다니지 않았지만 항상 밝은 모습을 간직했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 교사는 "저도 직접 몇 번 본 기억이 있다"면서 "학교 사진 속에서도 항상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천진난만하고 활달한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향소는 7일까지 운영하며 저녁시간에는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오후 5시까지만 개방된다.

이밖에 A군을 추모하기 위한 네티즌들의 추모글도 이어지고 있으며, 탤런트 유선씨는 자신의 SNS에 추모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A군은 지난 1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여행 가방에 7시간 가량 갇혀 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A군을 여행 가방에 감금한 사람은 친부와 사실혼 관계인 계모 B씨로 현재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친부 역시 아동학대 등의 혐의가 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A군의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진행했다. 국과수는 "질식 때문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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