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물론 접객원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유흥주점이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채 영업을 강행하고 있어 서울 이태원 클럽에 이어 또다시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간판 불 꺼놓고 비일 영업에 나선 유흥주점
"가게 문은 닫았어도 다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 말고 노셔도 돼요."
4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번화가에는 불 꺼진 간판들이 유독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달 23일부터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유흥주점이었다.
거리를 지나는 몇 안되는 행인 사이에서 유흥주점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일명 ‘삐끼’들은 남성 무리들을 따라다니며 "마사지, 안마, 룸싸롱 다 있으니 말만 하라”며 말을 걸어 댔다.
유흥주점이 있는 번화가 중심의 한 건물로 들어서자 로비는 물론 계단까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난간을 집으면서 2층에 도착하니 주점 입구에 설치된 CCTV가 눈에 들어왔다.
이어 곧바로 사장으로 보이는 남성과 직원들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나왔지만,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또 업소 내부 어디에도 방문자 명부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노래방 내부 바닥에는 이전에 다녀간 손님이 뱉은 것으로 보이는 침으로 더럽혀 져 있었다. 누군가의 비말이 잔뜩 묻어 있을지 모르는 마이크에는 덮개가 덮여 있지 않아 제대로 방역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가게 문닫고 일반 술집 이용한 편법 영업까지 등장
인적이 드믄 골목길 등에서도 유흥주점의 또다른 불법 영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던 한 남성은 4명으로 구성된 남성 무리가 관심을 보이자 곧바로 행인이 적은 번화가 외곽의 한 편의점으로 데려갔다.
이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승합차가 도착했고, 여성들이 차례대로 내렸다.
여성들은 마스크를 벗고 간단히 예명만 소개했고, 남성들도 이 여성들이 어디사는 몇살의 누구인지 관심 없는 듯 곧바로 인근 술집으로 향했다.
이 때문에 만약에라도 서로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역학조사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 남성들을 데려온 호객꾼은 "아가씨를 연결해 주면 일반 술집에서 술 한 잔 마시고 놀면 된다"며 "룸 형식의 술집이나 구석에 가면 유흥주점이랑 똑같이 놀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흥주점들이 꼼수를 동원해 영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흥시설 집합금지 등 행정조치를 위반한 영업자는 최대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하루에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벌 수 있으니 며칠만 영업을 하더라도 충분히 벌금을 낼 수 있다는 게 유흥주점 업계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흥주점 관계자는 “손님이 몰리는 금, 토요일이 되면 다수의 유흥주점들이 조심스럽게 영업을 이어가고, 일반 술집을 이용해 손님을 받고 있다”며 “혹여 운이 나빠 적발된다고 해도 벌금만 내면 되니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일선 지자체, 경찰과 함께 단속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숨어서 영업을 하는 유흥주점을 단속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상호명 또는 위치를 알려준다면 바로 조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