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G7 기득권·트럼프 의지…한국이 넘어야 할 산

유럽국은 反러시아, 일본은 反한국 기류…확대·개편 현실적 어려움
국제질서 반영 못하는 ‘낡은 체제’…10위권 국가 진입 반대 명분 없어
트럼프 국내 입지, 국제 리더십도 변수…즉흥적 ‘톱다운’ 방식도 못 미더워
트럼프 구상 좌절되면 정치생명 타격…동맹국 설득 못하면 미국도 상처
외교 당국자 “국제기구 확대 논의는 확대 방향 쪽으로 가게 마련”

(일러스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진 7개국(G7) 확대 구상에 따른 논란이 당초 예상과 달리 ‘반중 노선’보다 오히려 구상 자체의 실현 가능성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중국의 반발보다는 기존 회원국의 거부 반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선진강국 진입이란 절호의 기회를 잡은 한국으로선 이들의 높은 기득권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 이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다.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뜨악, 러시아도 떨떠름…기존 7개국은 과연 OK 할까

소수 회원국이 수십년간 누려온 배타적 권리를 순순히 내놓는 것은 애초 기대난망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영국과 독일, 캐나다뿐만 아니라 게스트 자격인 유럽연합(EU)까지 러시아의 재가입을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 인도, 호주, 브라질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이 없지만 그렇다고 환영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이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회원국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대표를 자처하는 일본은 특히 한국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과 인도까지 가세할 경우 일본의 발언권 약화를 우려하는 정부 내 곤혹감을 전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의 경우는 한국이 정식 회원국이 아니라 옵저버 자격일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영입에 공을 들이는 러시아조차 떨떠름한 반응이다. 어차피 유럽의 반대로 가입이 쉽지 않은 마당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라도 챙기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반세기 기득권 지키기 vs ‘낡은 체제’ 개편, 거부할 명분 없어

이런 기류를 종합할 때 트럼프 구상은 그 혼자만의 공상일 뿐 현실성이 낮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도 쟁쟁한 회원국들의 반대를 다 물리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지적처럼 반세기 기득권을 누려온 G7은 “낡은 체제”로서 달라진 세계를 반영하지 못한다. 과거 G5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로 회원을 늘려온 전례로 볼 때 확대 개편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러시아를 정치적 이유로 콕 집어 반대할 수는 있어도 한국, 인도, 호주, 브라질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힘들다.


뿐만 아니라 이들 나라는 경제 규모상 G7 바로 뒤를 잇기 때문에 ‘가입 요건’은 이미 충족된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기구 확대 논의에서는 대개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이) 가게 된다”며 “(기존 회원국들은) 한국이 어떤 어젠다를 갖고 오느냐를 평가할 것이고 그런 면에서 한국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면초가’ 트럼프, 반대 무릅쓰고 끝까지 관철시킬까

(이미지=연합뉴스)
일각에서 G7 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국제 리더십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G7 확대 구상은 전용기내 기자간담회에서 갑자기 공개된 사실에서 보듯 즉흥적 성격이 짙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달 말 G7 회의 참석을 거절하자 거의 반사적으로 일정 연기 및 확대 개편 아이디어가 나왔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갑자기 브라질을 명단에 추가한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렇다보니 한국이 ‘정식 멤버’로 초청 받은 것이라는 청와대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참가 자격을 둘러싼 논란은 여태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이수혁 주미대사는 3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트럼프 구상에 대해 미 국무부 등에 문의했지만 미국 측도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하노이노딜’ 연상시키는 ‘톱다운’ 제안…위기돌파용 정치적 동기는 충분

문제는 예측불허의 트럼프 대통령 성정으로 미뤄 이런 ‘톱다운’ 방식이 얼마나 일관성을 지닐지 여부다.

국제정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실무부처의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즉석에서 내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지난해 ‘하노이 노딜’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 실패와 대량 실업난, 격화되는 시위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도 G7 의제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물론 그로서는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여론전환용 대형 이벤트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미국 대선 승패의 최대 변수는 방역과 경제라는 점에서 외교의 득표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중국 정서에 기대어 ‘반중 G7'으로 약효를 좀 더 키울 수는 있겠지만 기존 회원국들이 제대로 따를지가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입장에선 ‘반중 노선’ 논란보다 오히려 G7 확대 구상이 흐지부지 될 가능성을 더 경계해야할 판이다. 자칫 김칫국만 마시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회의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기 구상을 관철시켜야 할 개인적 동기나 이유가 충분하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이자 중국이 포함된 G20 대신, 중국을 제외한 새 판 짜기는 그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외교 치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설득에 실패한다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국내 입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성공시켜야 할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에는 G7 확대 구상이 공중 분해될 공산이 크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오바마의 전통인 G20을 선호하겠지만 의외의 가능성도 있다”며 “G7 + 알파가 중국 견제에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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