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이 본인 기소 여부에 대해 ‘시민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지 이틀 만에 이뤄진 영장 청구라 검찰의 강경한 맞대응 행보로도 읽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팀장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이로써 지난 2018년부터 1년7개월여 이어져온 검찰의 수사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게 됐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조직적인 불법 행위라고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목적에서 주가 관리‧분식 회계 등을 통해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는 고의로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반대로 부풀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삼성의 컨트롤타워 격이었던 옛 미래전략실이 이 과정에서 핵심 전략을 세웠다고 볼 만한 문건들도 다수 확보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26일과 29일 의혹의 정점인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금까지 확보한 삼성 내부 문건과 관계자 진술 등을 근거로 이 부회장이 이런 일련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부회장은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이 부회장의 신병처리 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왔지만, 결국 혐의가 중하다고 보고 구속 영장 청구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에 미칠 영향과 기각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도 일각에서 거론됐지만, 자본시장의 공정한 질서 유지 차원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번 행보를 이 부회장이 꺼내든 ‘검찰수사심의위 카드’에 대한 맞대응 격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 부회장 변호인 등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외부인들로 구성된 심의위가 이 사안을 판단할 경우 ‘객관적 판단’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긴 수사시간과 복잡한 금융기법, 수많은 관련자들이 연계된 사건의 특성 상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외부인들이 한정된 시간 안에 검찰과 변호인 측의 주장을 이해하기가 시간적·물리적으로 버거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결국 이 부회장이 ‘여론재판’으로 흐를 수 있는 허점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행보를 택한 것 아니냐는 불만 속 검찰도 강경한 행보로 맞수를 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