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현재 서울현충원에 32명, 대전현충원에 24명의 친일 군인이 묻혀 있다. 이는 국가보훈처가 현충원에 안장돼 있다고 밝힌 63명의 친일파 중 군인 신분만 추려낸 숫자다.
이 중 일본군이 20명이었고, 만주군이었던 자는 36명이다. 특히 만주군 중 14명은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간도특설대는 일제가 만든 괴뢰국인 만주국이 '조선 독립군은 조선인이 다스려야 한다'며 설립한 이른바 '독립군 잡는 부대'였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수많은 시민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삶을 희생한 호국영령을 참배하기 위해 현충원을 찾는다"며 "그런데 일본제국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부역한 군인들이 56명이나 묻혀 시민들의 참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광기 어린 일본제국의 침략전쟁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전쟁 범죄에 가담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친일 군인을 포함한 친일파는 현충원에서 이장하라"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 군인들이 일본국에서 받은 훈장이 7개, 만주국에서 받은 훈장·기장이 16개다. 식민지 조선인으로 일본에 끌려가 어쩔 수 없이 군인이 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들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본제국의 침략전쟁에 충실하게 복무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사실상 현충원에 일본 군인을 모시고 있는 셈"이라며 "특히 신태영은 1943년 '경성일보'에 '내 첫 출진의 목표는 야스쿠니 신사다'라며 일본의 침략전쟁을 위해 한 몸 바쳐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고 싶다는 뜻을 기고한 바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가고 싶은 일본군을 대한민국 현충원에 안장해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군인권센터는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토벌한 일을 미화한 백선엽이 자기 장지를 대전 현충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친일 행적에 대한 한마디 사죄도 없이 오만하기 짝이 없다. 함께 일제에 부역했던 동료들이 버젓이 현충원에 들어가 시민들의 참배를 받고 있기에 가능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백 장군 유고 시의 현충원 안장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6·25전쟁 영웅이니 당연하다'는 입장과 '친일 경력이 있어서 안 된다'는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미래통합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백 장군은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은인"이라며 "서울현충원에 자리가 부족해도 없는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어서라도 모시는 게 나라다운 책무이고 예의이고 품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같은 날 본인 페이스북에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기 때문에 전쟁 때 세운 전공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에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백 장군은 현충원 안장 대상이고, 다른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보훈은 국격이다. 국가가 어떤 사람을 기억하고, 존경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라면서 "일제의 전쟁범죄에 부역한 군인, 목숨 걸고 독립군 토벌에 나선 반민족 행위자들을 현충원에 두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조선인 일본군'들을 대한민국 국립묘지에 묻어둘 것인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