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당원 500여명이 청구한 징계 청원에 금 전 의원이 '경고' 처분을 받자 헌법 가치와 국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지만, 여당 초선 의원들은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 '지도부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완고한 지도부-강성 친문이 장악한 민주당…전례 없이 '소신'에 징계
초선들이 말을 아끼는 데엔 당의 무게중심이 강성 친문 당원들로 기울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월에 제출된 징계 청원을 굳이 석 달이나 지난 지금 심의한 것도 같은 배경으로 해석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윤리심판원 위원들도 당내 목소리가 큰 강성 당원들의 청원을 무시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미루고 미루다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들의 요구도 받아주면서 금 전 의원에게 타격이 제일 작은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선 기간 중에 처분을 내렸더라면 친문 진영 유권자들과 중도 진영 유권자들 모두 불만을 가졌을 것이기 때문에 늑장 처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게다가 이해찬 대표가 '강제적 당론' 논리를 내세워 경고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못을 박은 것도 초선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데 징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선거법 표결 때 불참한 의원들에 대해선 징계하지 않는데, 선거법은 권고적 당론이고 공수처법은 강제적 당론이었던 거냐"고 했다.
실제로 몇몇 의원들은 선거법 개정안 표결 시 본회의에 불참한 바 있지만, 이 의원들에 대해선 청원이 없었기 때문에 징계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
강제적 당론과 권고적 당론은 의원총회에서 의결하는 것으로, 민주당 지도부는 표결 직전 의총에서 선거법 개정안은 권고, 공수처 설치법은 강제적 당론으로 의결했다는 입장이다.
또 공수처 설치법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던 의총에서 반대 발언을 하던 의원조차 본회의장에선 당론에 따랐던 것도 금 전 의원에 대한 지도부의 분노를 샀다.
다만 금 전 의원이 표결 전에 이인영 전 원내대표에게 '당론이 부결될 위기이면 찬성의견을, 통과가 확실시되면 기권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에 재심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에 대해 지도부에 속한 의원도 "국회의원의 의결에 대해 징계를 한 전례가 없다"며 "김홍신 전 의원이 과거 사보임에 반대했다가 징계한 것은 본회의에서의 의결이 아니었다. 재심은 한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어제는 금태섭 소신 닮겠다더니, 오늘은 비판…초선들 '오락가락'
김남국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님이 '공수처 반대', '조국 임명 반대'를 소신이라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만큼 '공수처 찬성', '조국 임명 찬성' 주장도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당론이 지켜져야 한다'는 근거로 의원님에 대한 경미한 징계를 한 것보다 의원님께서 선거 치르는데 '조국 프레임'으로 안 된다는 논리로 분위기 만들어서 다른 말 못하게 틀어막고 경선 못 치르게 한 것이 100배는 더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태섭, 박용진 의원처럼 소신있는 초선이 되겠다 "며 "긍정적인 부분을 높이 평가드리고 싶다"고 말했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이에 대해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하루는 본받겠다고 하고, 다른 하루는 발끈해서 욕하는 것이냐"며 "(친문 당원들에게 인심을 잃은) 금 전 의원을 걸고 넘어지면 자기는 잘 팔리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일부러 금 전 의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뿐만 아니라 상당수 초선들은 "소신 정치를 하겠다"면서도 "100% 완벽한 소신은 없다"거나 "당원의 생각과 배치되는 걸 소신발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구동성으로 당 지도부의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당의 처분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신 발언을 하는 의원들과 대조적이다. 당장 20대 국회에서 소신파 초선들로 활약한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를 이을 21대 초선은 없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전날에도 "민주당 당규는 당론 위반을 징계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하면 헌법과 국회법의 규정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금 전 의원의 재심 청구를 헌법적 차원에서 깊이 숙의해주길 바란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 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라고 하는 조항이 국회법에 살아 있다"며 윤리심판원의 징계 처분을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해찬 대표가 말한 '강제적 당론'은 민주당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원·당직자와 국회의원의 징계사유를 구분하고 있는 만큼 금 전 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은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도부의 그립(grip·장악력)이 세지면서 '입 닫는 초선들'에 대한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자 이 대표는 "우리 당 의원들이 그렇게 소심하지 않다. 할말 다 하고 당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소수 의견을) 존중하면서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