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용 마스크는 이제 어느 때고 살 수 있을 정도로 공급에 문제가 없지만 '알벤다졸'은 여전히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서울 시내 한 약사는 "알벤다졸은 거의 볼 수 없다"며 "우리 약국에도 알벤다졸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약국에도 '알벤다졸'이 있는지를 물았지만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처럼 구충제 알벤다졸이 품귀현상을 빚는 것은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기 때문. 지난해 말부터 애완견 구충제인 '펜벤다졸'이 '기적의 항암제'로 알려지면서 펜벤다졸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는 사람 구충제 '알벤다졸'도 덩달아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암환자 뿐만 아니라 일부 일반인들도 비염이나 아토피피부염, 관절염, 당뇨 등에 '알벤다졸'이 효능이 있다며 앞다퉈 사재기를 했다.
구충제로서 알벤다졸은 1회 2알씩 1,2차례 먹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입소문 나면서 하루 3차례씩 몇 달에 걸쳐 '장복'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내가 복용하고 효과가 좋아 아내와 장인, 장모, 아들과 처제 등 친인척들에게 알벤다졸을 복용해 보라고 강권했다'며 '나도 수 주에 걸쳐 알벤다졸을 복용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입소문을 탄 수요가 폭발했지만 생산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중에 10개 이상의 제약회사에서 각기 다른 상품명의 '알벤다졸'을 팔고 있지만 대부분은 중소제약사 한곳이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이 위탁생산 제약사는 알벤다졸만 만들지 않고 다른 약도 위탁생산하기 때문에, 알벤다졸 수요가 폭증해도 이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더구나 알벤다졸이 이익이 많이 남는 의약품도 아니고 한갑에 소비자가격 1천원 안팎의 싼 약이라서 대량생산할 유인도 그리 크지 않다.
위탁생산 제약사는 지난 2월부터 알벤다졸 생산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지만 품귀현상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알벤다졸이 품귀현상을 빚자 이번에는 다른 성분의 구충제 '플루벤다졸'도 공급이 달리고 있다. 시중에서 알벤다졸을 구하기 쉽지 않자 역시 화학구조가 비슷한 '플루벤다졸'로 수요가 옮겨간 것.
한 약사는 "알벤다졸만큼은 아니지만 플루벤다졸도 공급이 그리 원활하지는 않다"며 "봄이면 구충제를 찾는 손님들이 많은데 구충제 품귀현상으로 구충제를 복용 못한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알벤다졸 '이상 열풍'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월 "알벤다졸은 구충을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하도록 허가된 약으로 장기간 복용 시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고 경고했지만 알벤다졸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