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피고인으로 기소된 공판에서 개인 일정을 이유로 재판 도중 종료를 요청했다. 증거채택을 두고도 검사는 물론 재판부에도 꼼꼼히 이의를 제기하며 일반 피고인들은 꿈꾸기 어려운 방어권 행사의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정종건 판사)은 2일 오전 최 대표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2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4월 첫 공판에 이어 이날은 검찰과 변호인이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재판부가 채택한 증거에 대한 서증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재판 시작 후 30여분이 지난 시점에서 최 대표는 자신이 당대표임을 언급하며 "기자회견이 있어서 오늘 정리된 부분은 다음에 (증거조사를) 해주시면 안되겠나. 국회 일정이라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재판 종료를 요청했다.
최 대표의 변호인인 민변 소속 하주희 변호사도 "허가해 주신다면 피고인 없이 진행해도 되냐"고 물었지만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위법해 허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 변호사가 재차 "이 사건 특성상 부담스러우신 것은 알지만 양해해달라. 다른 사건 다 양해해주시면서 이 사건을 변경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자 재판부도 언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어떤 피고인도 객관적인 사유가 없이는 변경해주지 않는다. 어떤 피고인이 요청해도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일반적인 피고인이 재판 도중 개인일정을 사유로 기일 진행 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앞서 검찰 측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하 변호사는 검사는 물론 재판부의 판단에도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피고인 방어권 차원에서는 '모범사례'로 꼽힐만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 변호사는 "재판장님 증거 결정에 이의 있다. 검찰의 증거는 사실상 내용을 쓰겠다는 것이라 전문증거(傳聞證據)이기 때문에 부동의한다"고 수차례 제동을 걸었다. 원칙적으로 전문증거가 증거로서 효력이 있으려면 진술 당사자가 법정에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대량으로 공판에 제출해온 관행과 관련해서도 하 변호사는 "인턴확인서 출력본이 너무 많고 피고인이 모르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제시한 진위 확인 감정서를 재판부가 채택하려 하자 "제3자가 쓴 것을 어떻게 그냥 채택을 하냐. 증거법칙상 감정서를 이렇게 현출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해 재판부 판단을 '보류'로 다시 바꾸기도 했다.
또 피고인 신분으로서 법제사법위원회에 지원해 적절성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서 "여러분(기자들)은 굉장히 의도를 갖고 질문을 한다"며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법사위에 지원한 거 아니냐고 묻는데 굉장히 부적절한 질문이고 부적절한 해석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