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범행 이후 철저히 망가진 두 여성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으나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를 지적하며 이들에 대해 중형을 주문했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1·여)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8월 울산 자신의 집에서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등의 약을 9살 딸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자폐성 발달장애 2급을 앓고 있는 딸을 키워온 A씨는 양육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2017년 11월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남편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휴직과 입원치료를 반복하게 됐고, A씨는 더욱 심한 생활고를 겪게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A씨는 혼자 목숨을 끊을 경우 딸을 돌볼 사람이 없고, 남편에게도 부담이 되겠다는 생각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A씨는 2019년 8월 딸이 처방받아 먹던 약을 한꺼번에 먹이고, 자신도 약을 먹었다.
딸은 숨졌고, A씨는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법원은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B(43·여)씨에 대해서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B씨는 2018년 12월 울산 자신의 집에서 가정불화를 이유로 방에 번개탄을 피워 2살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첫 번째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을 했던 B씨는 2016년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B씨는 결혼 초 풍족하게 지냈지만 남편의 사업 부도로 생활고에 시달렸고, 출산 이후에는 우울증을 앓았다.
이후 남편과의 다툼이 잦아졌고, 범행을 저지른 날에도 부부의 싸움은 이어졌다.
2018년 12월 남편과 다퉜던 B씨는 안방에 아이를 데려간 뒤 착화탄에 불을 붙이고 잠들었다.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다음날 새벽 두 사람을 발견했는데, 당시 아이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B씨는 심장과 호흡이 멈추는 등 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내릴 정도의 위중한 상태였으나 사흘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하고, 단기 기억 상실과 언어 장애 증세를 보이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재판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 사회에서 살해 후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자주 되풀이되는 공통된 원인으로, 자녀의 생명권이 부모에게 종속돼 있다는 그릇된 생각과 그에 기인한 온정적 사회 분위기가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범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아이를 제 손으로 살해하는 것"이라면서 "동반자살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걷어낼 필요가 있으며, 살해 후 자살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가해 부모의 범행을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발생 원인을 가해 부모의 게으름과 무능력, 나약함 등에서 비롯된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는 시각 역시 동의할 수 없다"며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와 사회적 안전망을 정비하고, 무엇이 이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