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의전이나 연봉 등 여러면에 있어서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최소한 차관급 이상으로 치부된다. 그런데 청와대 비서관은 공무원 직급으로 따지면 1급으로 의원에 비해 급이 다소 낮다. 현 정부에서도 의원 출신 비서관들이 꽤 있었지만 (한병도, 진성준, 백원우, 김광진 등 ) 국회를 떠난지 한참 있다 들어오는 경우였다. '어제는 국회의원, 오늘은 비서관'은 상당히 드문 케이스다. 박 비서관의 청와대 직행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갓 마친 박 비서관을 청와대로 발탁했을까?
우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학사일정이 뒤엉키고 학교 현장에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비서관으로 중량감 있는 인사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교육계 스타'였다. 서울대 수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일선 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미국 일리노이대를 거쳐 홍익대 교수로 16년간 재직했다. <수학비타민>, <수학콘서트> 등 인기 교양서 저자이기도 하고 교육부의 각종 외부위원을 도맡아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서초을에 출마했다 패했지만 교육 전문가를 앞세워 상당수의 득표율을 올리며 선전하기도 했다.
의원 출신에다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에 빠진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현장과의 소통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의원은 일선 고등학교 교사부터 대학교 교수까지 다양한 교육 환경에서 몸담아 왔기에 현장을 잘 알고 있다"며 "본인도 문 정부를 돕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급'에 상관 없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국회의원 출신들이 많아졌다는 분위기도 이번 인사에 한 몫 했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청와대에 쏠리는 권력 집중도가 집권 초에 못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박 비서관도 급에는 연연하지 않고 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 비서관을 외에 몇몇 다른 의원들도 청와대 비서관직을 염두에 두고 물밑에서 인사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보통 집권 4년차에 의원들이 비서관급으로 청와대에 오려고 하지 않는데 이번 정부는 아주 특별한 경우"라며 "(문 대통령이) 레임덕도 없고 파워가 막강하기 때문에 여전히 청와대 입성을 위해 줄을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비서관의 정권을 향한 애정과 충정심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해 한 때 '김종인계'로도 분류됐지만 의정 활동을 하면서 친문 의원으로 거듭났다. 친문 의원의 좌장격인 홍영표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변인을 맡으며 빠르게 주류로 편입했다.
대중들의 뇌리 속에 친문 의원으로 각인된 계기는 바로 '월광소나타' 연주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박경미가 문재인 대통령께, Moon Light'라는 제목으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피아노로 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런 월광 소나타, moonlight, 달빛 소나타가 문 대통령의 성정을 닮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피날레는 월광소나타의 화려한 3악장처럼 뜨거운 감동을 남길 것"이라고 문 대통령과 정부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박 비서관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바로 다음날인 1일부터 청와대로 출근해 인수인계를 받는다. 박 비서관 인사를 계기로 향후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에서도 의원 출신들의 발탁이 상시적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