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에 날아오르던 쿠팡 로켓, 코로나 역풍에 급추락

언택트 강자로 자리잡았지만…확진자 첫 인지 후에도 작업자 출근 '안이한 대응' 도마 위
쿠팡 내 비정규직 비율 97% …"감염 관리 사실상 불가능"
이재명 "쿠팡 부천 물류센터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쿠팡, 사과문 준비중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언택트 시대 이커머스 강자로 우뚝 선 쿠팡이 코로나19의 역풍을 맞았다.

28일 쿠팡 고양 물류센터 직원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부천에 이어 고양 물류센터도 전면 폐쇄됐다.

이태원에서 시작된 코로나 불씨는 쿠팡 물류센터를 거쳐 KB콜센터로 이어지면서 사그라들기는 커녕 화력을 점점 더해가는 모양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KB생명보험 콜센터에서 26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7명이 확진됐다.

쿠팡 물류센터 확진세도 이어졌다. 쿠팡 물류센터 집단발생 관련 전일 대비 이날만 46명이 추가로 확진돼 총 82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물류센터 내 작업하는 모자와 신발에서도 코로나19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류센터 특성상 식당과 흡연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수칙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파악된다.

최초 확진자 발생 인지 후에도 수백명의 작업자를 출근시켜 감염 위험에 노출시킨 쿠팡의 안이한 대응도 도마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 24일 오전 첫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고도 오후조에 공지하지 않고 정상 출근시킨 걸로 확인됐다.

쿠팡 관계자는 "오전조를 조기 퇴근시킨 뒤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했다"며 "방역 이후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오후조가 출근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쿠팡은 소비자들에게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지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마켓컬리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홈페이지에 해당 사실을 공지하고, 상온1센터를 폐쇄하는 한편 방역이 불가능한 물품은 모두 폐기처리한다고 밝혔다. 또 대표 명의 사과문을 올려 "고객이 우려하는 부분과 관련해 모든 진행 상황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혀 쿠팡의 대응과 대조를 이뤘다.

◈ "아프면 쉬세요? 쿠팡은 남의 이야기"

비정규직, 일용직이 많은 물류센터 특성상 '아프면 3~4일 쉬라'는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 3천760명 중 정규직은 98명으로 전체 2.7%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비율이 무려 97.3%(계약직 26.8%, 일용직 70.5%)에 이른다.

이 때문에 계약직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고, 일용직 노동자들은 먹고 살아야 해서 쉬지 못한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아프면 3~4일 쉬라는 방역당국의 지침은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오늘 안 나오면 내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매일 일용직이 왔다갔다 하면 현실적으로 감염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쿠팡뿐 아니라 롯데와 CJ등 물류센터 대부분이 이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류센터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부천 신선물류센터 제2공장에 28일부터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후 온라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오늘 오전 10시 기준으로 경기도 31명을 포함, 전국에서 86명이 집단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전수 조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확진자 수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행정명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쿠팡은 내부적으로 사과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뿐 아니라 그 이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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