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투쟁 최전선에서 일했던 대구 거점·전담병원 의료진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26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덕분에'라는 감성 구호 뒤에 차별과 희생을 요구받아왔다. 코로나 '전사'라는 이유로 입을 다물어야 하나"고 비판했다.
그런데 확진 환자를 돌보며 일한 의료진이 일반 병동으로 복귀하려면 14일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병원 측은 연차를 소진해 격리에 들어가라고 주장한다는 것.
환자와 밀접 접촉하긴 했지만 방호복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유급 자가격리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은 실제로 연차를 소진하며 자가격리하거나 코로나19 검사만 받고 곧바로 일반 병동에 복귀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투입된 의료진은 방호복을 입긴 했지만 부주의 등에 의해 감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로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된 의료진이 전국적으로 왕왕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병원 측은 이를 무시한 채 자가격리를 자율에 맡기는 안일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했던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잠복기가 14일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보통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2~3일 쉬고 바로 일반 병동으로 복귀했다. 병원에서 자가격리를 하라고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보건복지부와 대구시 역시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의 안전이나 자가격리, 그런 것엔 관심도 없는 듯하다. 혹시나 일반병동 복귀 후에 감염이 확인되면 그땐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와 대구시에 문의했지만 '밀접접촉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 유급 자가격리를 강요할 순 없다. 병원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안일한 답만 돌아왔다"며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면 지침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재 경북대병원, 대구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의료원 등 모든 지역 거점·전담병원 코로나19 병동에 근무한 의료진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대략 3200명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무료 검사도 해주지 않겠다고 했다가 노조가 강력히 항의하니 그제서야 병원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했지만 방호복을 입고 있었고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주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가 가장 심하게 번졌던 대구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였던 현지 의료진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도마에 올랐다.
타 지역에서 파견된 간호사는 위험수당 등을 합쳐 하루 최소 30만원씩 보상받은 반면 현지 의료진은 기존 월급 외에 어떤 추가금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사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니어서 이런말 하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저흰 그저 그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가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감염병 최전선에 서게 됐는데 수당조차 주지 않고 보상 없이 희생만 하라고 하니 대부분 억울해하고 사기도 많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이 하는 덕분에 챌린지는 감사하지만 정부나 대구시에서 그런걸로 얼렁뚱땅 넘기려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감염병 창궐은 환자와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가적 재난인데,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의료진들에 대한 대우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대구 의료진들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상황"이라며 "더이상 코로나 전사라는 이유로 희생을 요구하지 말고 제대로 된 보상과 처우로 2차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