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당 파상공세 "민주당 결자해지 해야"
울분에 찬 할머니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야권은 의혹 제기에 더욱 고삐를 죄기로 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관련 진상규명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오죽 답답했으면 90이 넘은 연세에 이렇게 울분을 토하겠냐"며 "정치권에서 마냥 손 놓고 있는 게 예의가 아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모든 의혹을 들여다보고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윤 당선인 사퇴를 다시 촉구하는 한편 민주당 지도부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국정조사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주지 않으면 자력으로 추진할 수 없지만 일단 그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TF 위원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의기억연대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련한 분들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하더라도 사퇴해야 할 충분한 사유가 생기지 않았냐"고 말했다.
다만 역풍을 우려해 당 차원에서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를 직접 접촉한다거나 대책을 무리하게 발표하기보다는, 당분간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민주당 차원의 축소·은폐 시도가 없었는지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건 민주당 쪽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 할머니 회견 뒤에도 사실관계가 명명백백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기존 당의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수사 뒤 입장을 말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내서는 '착복한 게 드러난 건 없지 않느냐'며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회견 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 사안이 논의됐지만 사퇴 의견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견에서도 추가 의혹이 제기되거나 결정적 증거가 제시된 건 아니기 때문에 입장 자체를 180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다만 그칠 줄 모르는 의혹 확산에 대다수는 곤혹스럽단 반응이다. 그러나 입장을 밝히기는 주저한다. 이해찬 대표가 관련 사안에 '함구령'을 내렸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과 만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나 김상희 국회 부의장 후보자 등은 "회견을 보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런가 하면 회견 뒤 몇몇 의원들 사이에선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입증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단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사퇴 의사를 내비칠 경우를 상정한 질문에 복수의 당 지도부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만류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훈식 대변인의 경우 "머지않아 윤 당선인 본인이 입장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지만 거취에 대해서는 자신이 논할 문제가 아니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조사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 의혹의 주요 내용을 소명할 정의기억연대에 당이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고 그 결과를 외부에서 신뢰할지도 미지수기 때문이다.
당분간 진행될 검찰 수사를 주목할 계획이지만 앞서 시작된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다른 국가기관 조사는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거나 윤 당선인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는 제21대 국회의원 임기를 오는 30일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