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잃었던 아들 찾았지만…청각장애 가정 코로나 '발목'

5월 25일 실종아동의 날
1988년 춘천서 5살 아들 잃어버려
어머니 유전자 검사로 해후(邂逅)

코로나19 여파로 만남 미뤄져
"당장이라도 찾아가 안아주고 싶어"

(사진=자료사진)
실종아동의 날(5월 25일)을 앞두고 32년 만에 기적적으로 가족을 찾은 청각 장애 가정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아직까지 얼굴조차 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청주시 오창읍에 거주하는 김모(63, 여)씨는 32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 어느 때보다 손을 분주히 놀렸다.

벅찬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수화(手話)였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김씨는 지난 1988년 춘천을 방문했다가 당시 5살이었던 아들을 잃어 버렸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아들이 없어진 거다. 주변을 샅샅이 둘러봐도 찾을 수 없었다.

아들 역시 청각 장애를 앓고 있어 일상적인 대화도 할 수 없었을 터.

김씨는 도움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30년 세월을 자책하며 살았다.

그러다 지난 21일 경찰에서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김씨가 아들을 찾게 된 경위는 우연이었다.


지난해 11월 5일 청주시 신봉동의 한 사회복지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김씨의 딸(40)은 얼굴이 비슷한 한 남성과 유전자 검사를 했다.

결과는 '불일치'였다.

딸은 조금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김씨의 유전자로 의뢰했지만, 역시 일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의 유전자 정보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등록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경찰의 요청에 의해 아동권리보장원에 보관하고 있었던 김씨의 아들 유전자가 확인됐다.

김씨의 아들은 인천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박씨'가 아닌 '서씨'로 살고 있었고, 주민등록 상 출생연도도 1983년이 아닌 1984년으로 돼 있었다.

그 역시 그동안 어머니를 찾기 위해 유전자를 등록해 놓은 상태였지만, 10년 이상 지난 유전자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러다 마침 김씨의 유전자가 등록됐고, 아들의 유전자도 새로 등록되면서 일치 여부가 더욱 정확해진 거다.

김씨는 청년이 된 아들을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애초 다음주 아들과 만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다음달 초로 미뤄졌다.

김씨는 "당장이라도 찾아가 안아주고 싶다"며 "아들을 찾는 기적을 만들어 준 경찰관들에게도 거듭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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