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집행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이 대법원 판결까지 이뤄진 사안에 대해 면밀한 법적 검토 없이 '정밀 조사'를 언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추 장관의 발언을 두고 난감한 기류가 역력하다.
논란이 된 추 장관의 발언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 관행과 문화에 잘못이 있었던 것인지,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 명백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 장관은 "깊이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 구체적인, 정밀한 조사가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권의 사건 재조사론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추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 내에서도 별다른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가 추 장관의 입장 표명 이후 어떤 방식의 '조사'가 가능한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검찰은 물론, 법원에서도 사법적 판단이 끝난 문건을 고리로 재조사론을 언급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적 의견이 나온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조차 이 사안과 관련해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의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춰질까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법률가라면 재심 말고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판결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비판 기류가 거세지자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의 발언은) 원론적인 입장일 뿐"이라며 논란 차단에 주력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조사'와 관련해선 부처 내 아직 구체적인 지시나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한편 여권 내부에서도 논란의 문건이 기존 재판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아닌 만큼, 재심 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재심과 관련해서 지금 불리하다, 이런 의견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법무부, 법원 등 해당 기관에서 (이번 의혹을) 먼저 좀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로선 뾰족한 재조사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여권과 추 장관의 행보를 '검찰 개혁'의 추가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