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는 거리 두기 캠페인에서 정작 거리두기는 실종됐다는 따가운 눈초리까지 나왔다.
21일 낮 부산 남구청 앞 광장. 양산을 손에 든 남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약속한 듯 일사불란하게 모이기 시작했다.
박재범 남구청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도 미리 주문 제작한 양산을 들고 직원들 사이에 함께 자리를 잡았다.
한 직원이 신호를 보내자 구청장을 선두로 공무원 100여명이 동시에 광장을 가로질러 양산을 쓰고 행진했다.
똑같은 양산을 든 무리가 동시에 몰려가자 인근에 있던 구민들도 눈을 돌려 이 광경을 지켜봤다.
양산을 쓰면 자연스럽게 옆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되고, 햇볕도 차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거리 두기가 실종됐다.
캠페인에 참여한 대다수 공무원은 옆 사람과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했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양산을 맞대고 삼삼오오 모여 걸어가기도 했다.
일부러 간격을 유지하거나 방역 수칙 등을 신경 쓰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구민들 역시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남구 주민 박모(57·여)씨는 "구청 앞에 산책하러 나왔다가 사람들이 몰려다녀 뭐하는 건지 지켜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모두 공무원이라니 놀랍다"라며 "저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무슨 거리두기를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이번 캠페인 역시 홍보에 지나치게 열을 올린 끝에 나온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남구는 식사 시간을 활용한 홍보 활동이었다며 취지를 이해해달라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거리 두기와 폭염 대비 차원에서 주민을 위한 양산을 준비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점심시간에 식사하러 나가는 직원들을 활용해 홍보 활동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