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이용수 할머니 해후…'정의연 의혹' 어디로

윤미향 무릎 꿇고 사과하자 할머니 '눈물'
'포용 메시지' 나오면 반전 물꼬 틀 수도
李 할머니 "용서 없다"…입장 고수 가능성
고삐 죄는 통합당 "쟁점은 후원금 의혹"

윤미향 당선자(왼쪽)와 이용수 할머니(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19일 대구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이 이사장을 맡았던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 할머니가 추가 입장 발표를 예고하면서 사태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 측과 대구지역 시민단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가 머물던 대구 중구 모처를 찾았다.

지난 7일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에 대한 섭섭함과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문제, 수요집회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윤 당선인은 4차례 대구를 찾았지만 만남이 성사된 건 처음이었다.

약 10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윤 당선인이 무릎을 꿇고 이 할머니가 느꼈을 서운함에 대해 사과하자 이 할머니는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또 윤 당선인에게 '곧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대구에 내려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이날 회견에서 포용의 메시지가 나올 것을 바라고 있다. 당사자가 '결자해지(結者解之)' 한다면 언론과 보수야권이 공세를 펼 명분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활동하며 쌓였던 인간적 유대를 주목한다. 이 할머니는 대구에 따로 살면서도 정의기억연대 주관 수요집회를 비롯한 주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체로 같은 기대를 보인다. 연합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의 흡수합병 직후 이번 논란이 터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적잖았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2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이 할머니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새로운 물꼬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반전'을 기대하는 까닭이라는 분석도 내부에서 나온다.

같은 날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외부 회계감사와 행정안전부 등 해당 기관의 감사 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후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며 "조국 (전 장관) 국면과는 많이 다르다"라고 밝혔었다.

이용수 할머니.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다만 이 할머니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도 적잖다.

이 할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용서를 해줬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에서도 해후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할머니가 더 불쾌해하지는 않을까 우려한다.

최근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나선 미래통합당에서도 고삐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안 자체가 이미 이 할머니와의 관계가 아니라, 회계 관련 의혹 쪽으로 옮겨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당선인은 통화에서 "관련 기사에서 자꾸 숫자가 나오고, 회계사 의견이 나오는 걸 보면 성격은 이미 돈 문제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며 "워낙 민감한 문제라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와의 만남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게 외려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야권에선 나온다.

의혹 제기에 앞서고 있는 한 통합당 의원은 "후원금 문제를 해명하기보다 최초 말한 분을 찾아가 사태를 진화하려고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만남 자체가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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