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플렉스(flex)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다 한방에 다 사간다"는 게 정육점 주인 정모(45)씨의 말이다.
한우 가격표를 한참 쳐다보다 돼지고기를 사 가던 손님들이 달라졌다. 이른바 재난지원금 '효과'다.
오후 3시를 넘기면 진열대의 고기가 거의 팔리는 매진행렬이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6)씨는 저녁거리 장을 보러 자주 이용하던 동네 정육점을 찾았다가 텅 빈 진열장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오후 4시 조금 넘어서 갔는데 불고기 거리만 조금 남아 있고 구이용은 거의 다 팔렸다"며 "경기도 지원금과 정부 지원금까지 사용 가능하다보니 너도나도 한우를 사 간다"고 말했다.
집밥 열풍으로 소비가 몰리면서 한우 도매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난지원금과 아동돌봄쿠폰 지급으로 육류 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평상시보다 고기가 많이 나간다"며 "정육점이나 현장 직원들 말을 들어보면 작업량이 명절 때 이상으로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언택트 소비로 집밥 매출이 늘면서 정육점의 한우 소비가 많이 오르고 재난지원금도 사용 기한이 있다보니까 건강, 고기 이런 쪽으로 소비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 하나로마트의 하루 평균 축산물 판매량은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하루 평균 판매량은 8억 6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주 일일 판매량 5억 5000만원과 비교했을 때 무려 57%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급격히 전파됐던 3월에는 마트에 손님이 많이 없었는데 최근에 매장을 내려가 보면 손님들이 꽤 많아진 것 같다"며 "집밥 열풍도 있지만 아무래도 재난지원금 영향이 큰 듯 하다"고 말했다.
◇안경점도 식당도 손님 발길 이어져…"지원금 효과 아주 커요"
재난지원금은 골목상권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미용실과 네일숍, 학원, 안경점, 음식점까지 재난지원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서대문구의 한 안경점 업주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달부터 전품목 세일을 시작했는데 최근들어 손님이 많아졌다"며 "결제는 거의 다 재난지원금으로 한다"고 말했다.
요식업 협회 관계자도 "지원금이 나온 뒤 식당 손님들이 꽤 많이 늘었다"며 "효과가 아주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한 경기도에서 소비진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서울 및 6대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울산)의 3월 1주차 100% 기준 대비 4월 4주차 가맹점 매출은 17%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원 대상 가맹점 매출은 24%나 증가하면서 지원금 매출 효과가 드러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녀·육아, 중소유통점 등 지역 거점 소비 업종의 4월 4주차 매출이 3월 1주차 대비 141%, 125%로 크게 증가했다.
외식, 미용, 학원 업종의 매출도 3월 1주차 대비 141%, 148%, 128%로 나타나면서 서비스 업종의 재난지원금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이 중소형 가맹점 매출의 '마중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신한카드 고객인사이트팀 관계자는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