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광주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이 경기에서 서울은 ‘이적생’ 한찬희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하지만 이 경기는 서울의 승리보다 관중석에 등장한 마네킹이 더 화제가 됐다. 이 마네킹이 단순한 인체 모형이 아닌 성인용품이라는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졌고, 결국 경기 후 해당 마네킹을 설치한 업체 대표가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해명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국내뿐 아니라 외신까지 이 소식이 전해지며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개막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K리그는 망신살을 뻗치게 됐다.
19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만난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해당 업체 대표는 지난 4일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에서 일하는 분과 함께 연맹을 찾아왔다”며 ”자신을 피규어를 만드는 회사의 대표라고 소개하며 ‘무관중 경기가 열리는 관중석에 피규어를 설치하면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업체의 대표는 명함뿐 아니라 브로슈어, 샘플 등이 없는 상태로 프로축구연맹을 찾아왔다. 이후 연맹은 업체의 요청에 따라 FC서울의 동의를 구한 뒤 둘을 연결해줬다.
이 관계자는 “피규어를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해서 단순히 선수의 피규어라고 생각했다”며 “(경기장과 관련해서는) 구단의 판단이라 연맹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았다. 소개한 이후의 상황은 알 수 없고 경기 당일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풍기문란에 해당하는 장식물이 경기장에 설치된 만큼 경기감독관이 사전에 살폈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기 전 현수막 문구 등은 파악하지만 마네킹의 경우는 규정에도 없다”며 “정치나 종교, 인종차별 등에 위배되지 않으면 (관중의 소지품도) 경기장 출입 과정에서 압수하지 않는다. (문제가 된 응원 피켓도) 응원 구호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로축구연맹은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보완할 계획과 함께 풍기문란의 여지가 있는 성인용품의 경기장 반입을 막지 못한 서울의 상벌위 회부 여부도 검토 중이다.
또 서울에 해당 업체를 소개한 만큼 상벌위가 연맹을 징계할 가능성도 있다. FC서울이 이번 논란을 일으킨 해당 업체의 소송을 검토하는 만큼 연맹 법무팀이 이를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