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사망] "살인미수? 음성유서? 산재? 법적쟁점 3가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백성문 (변호사), 조을원 (변호사)

뉴스쇼 화요일의 코너입니다. 라디오 재판정. 우리 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나 인물을 저희가 스튜디오 재판정에 올려놓으면 여러분 들으시면서 판결을 내려주시는 코너죠. 오늘도 두 분 모셨어요. 백성문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백성문> 네, 안녕하세요. 백성문입니다.

◇ 김현정> 조을원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조을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재판정에 올릴 주제는 상당히 무거워요.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경비원 갑질 사건. 입주민의 반복되는 폭행과 협박에 견디다 못해서 경비원 최희석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인데요. 경찰에서 입주민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폭행 혐의로. 지금 (입주민은) 어떤 입장인가요?

◆ 백성문> 일단 그저께 조사를 받았어요. 오후 1시쯤 들어가서 밤 12시쯤 나왔으니까 11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는데 아마도 고 최희석 씨의 음성 유언, 음성 유서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요. 그것과 입주민들의 얘기 그다음에 유가족들의 얘기 등을 종합해서 그때 정황 등을 경찰이 어느 정도 정리를 했겠죠. 그걸 하나하나 물어봤던 것 같은데 일단 대부분의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초에는 쌍방 폭행이었다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쌍방폭행 부분은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고요. 일단. 문제는 고 최희석 씨의 코뼈가 골절된 부분을 누가 한 것이냐. 결국 그 부분이 어찌 보면 조사의 중심이 됐던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하고 또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이거는 지금 입주민의 주장으로는 고 최희석 씨가 스스로 그런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입주민 A씨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최모씨의 경비실 앞에 12일 입주민이 애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과 27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주차 문제로 인해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한형기자


◇ 김현정> ‘(고 최희석 씨가) 스스로 그런 것이다’ 가해자 입주민 주장은 그거예요?

◆ 백성문> 실제로 수사기관에 들어가서 그렇게 얘기했는지는 저희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모 언론 보도에서는 스스로 그런 것이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 김현정> 스스로 자기 코뼈를 부러뜨리는 사람도 있어요?

◆ 백성문> 그건 좀 이해가 안 되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상황 속에서 고인의 음성 유언, 유서가 나온 겁니다. 그중 일부분을 좀 듣겠습니다.

◆ 故 최희석씨 음성유서> 진짜 저 XXX 씨라는 사람한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습니다. 진짜 밥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 너 이 XX 돈도 많은가보다, 고소하고. 그래 이 XX야, 끝까지 가보자, 이 XX야. 네가 죽던가 내가 죽어야 이 싸움 끝나니깐. 너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고. 고문 즐기는 얼굴입니다. 겁나는 얼굴이에요. 저같이 마음이 선한 사람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습니까?

◇ 김현정> 지금 저희는 유족이 공개한 걸 들려드리는 건데 경찰은 이것 말고도 더 가지고 있다는 거죠?

◆ 백성문> 맞습니다. 5분짜리 유서를 3개 남기셨는데. 그중 2개는 유가족이 (사본을) 가지고 있고 하나는 경찰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거는 소위 말하는 코뼈 골절이 일어났던 폭행, 그 상황이 묘사가 돼 있는 거라고 일단 알려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경찰이 공개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그 부분은 굉장히 유력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 조을원> 폭행이 담겨 있는 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만약에 공개가 되면 가해자가 그 상황을 듣고 자기에게 유리한 식으로 변형해서 진술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 측에서 그 폭행 관련한 그 유서 부분은 아직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입주민이,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음성유서가 결정적인 증거로 쓰일 수 있어요? 법적으로.

◆ 조을원> 네, 일단 쓰일 수가 있다고 봐야 됩니다. 왜냐하면 일단 피해자 분이 이미 사망을 하셨잖아요. 그러면 이 사건이 이미 고소가 들어간 상황에서 피해자를 소환해서 진술을 받을 방법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인들의 진술이나 CCTV나 다른 증거들로 그런 고소사실을 입증해야 되는데 이 음성유서와 같은 것들도 피해자의 진술이 들어 있는 부분이니까 충분히 증거 능력이 인정이 되고 또한 증명력까지 현재 법원의 입장에서는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내용이 자세해야 한다’든지 이런 조건이 있어요?

◆ 조을원> 물론 가해자가 어떤 구체적인 상황이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있어야 좀 더 그런 증명력이 강화가 되기는 하겠지만 일단 이 유서만 들어본다고 해도 일단 가해자가 분명히 누군가 있었고 그 사람한테 맞았다. 얼마나 불안했는지 아느냐 이런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어느 정도의 그 상황들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증거로써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이 사건 관련해서 지금 말씀드린 이 부분 외에도 법적인 쟁점들이 여러 가지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짚어보죠. 첫째 폭행죄 정도가 아니라 살인미수죄는 적용 못 하는가. 이 가해자가 한 짓은 저희가 지난번에 고 최희석 씨 형님을 통한 인터뷰를 여러분께 자세히 알려드렸다시피 굉장히 끔찍해요. CCTV 없는 거 확인한 다음에 그 경비원 쓰시는 화장실에 가서 거기서 폭행. 끌고 나오면서 ‘너는 변기에 소변 볼 자격도 없어 바지에 싸’ 이런 폭언. 이런 식이었는데 그 모욕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라면 살인미수죄 적용은 안 되겠는가? 이게 첫 번째. 두 번째는 경비 업무를 하다가 벌어진 일. 처음에 시비가 붙은 게 차를 밀다가 벌어진 거잖아요. 주차 정리하다가. 그렇다면 이건 산재, 산업재해로 인정이 안 되는가? 세 번째, 경비원이 소속된 회사가 있을 거 아닙니까? 거기에다가 손해배상 청구는 할 수 없는가? 이것도 쟁점이더라고요. 첫 번째 질문, 살인미수죄 적용 되는가 안 되는가?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씨가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모습. (사진제공=유족)


◆ 백성문> 결론적으로 어렵습니다. 많은 청취자 분들은 당연히 적용해야지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기존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봤을 때 괴롭힘을 당하고 그 후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거나 성폭행을 당하고 그 이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 이 사망과 아까 말한 괴롭힘, 성폭행과의 인과관계는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 이거는 어찌 보면 고 최희석 씨가 스스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마는 법에서 이런 괴롭힘 이후에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까지 인과관계를 인정해 주지는 않아요.

심정적으로, 나중에 이런 경우는 있습니다. 당사자가 어쨌든 폭행 혹은 상해로 사망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 살인미수, 살인죄로는 처벌하지 못하겠습니다마는 이 사망의 결과를 양형에 반영해서 좀 더 죄명은 상해죄지만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상적으로 법원에서 해결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학교 폭력으로 옥상에 올라가서 맞다가 그냥 그 모욕을 참지 못하고 바로 거기서 몸을 던지는 이런 경우 있잖아요?

◆ 백성문> 거기서 그걸 피하는 과정에서 만약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그런 경우는 인과관계를 인정해 주는 경우가 있어요. 이 사건은 시간상의 간격도 워낙 크고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과관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 김현정> ‘괴롭힘은 괴롭힘이고 극단적 선택은 선택이다 이렇게 볼 가능성이 크다?’ 조 변호사님은 어떠세요?

◆ 조을원> 백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게 일단 법적으로는 맞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상해나 폭행이라는 행동이랑 그런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현재 법원에서 인정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서까지 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현재 법으로써는 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 김현정> 고의성이 있어야 되는 거예요?

◆ 조을원> 그렇죠. 살인이 인정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되고 그런 어떤 행위랑 사망과 사이에 있어서 인과관계도 인정이 돼야 되거든요.

◇ 김현정> 죽이려고 했다는 고의성. 그런데 이 사람이 한 발언들 보면 말이죠. ‘너, 내 후배들 시켜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 있어’라는 말을 했다는데 그걸로는 (안되나요)?

◆ 조을원> 그게 협박의 고의는 인정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말을 한 것 자체가 이 사람을 죽이겠다라는 의도가 있었는지까지는 불분명하고 어떻게 보면 인정이 안 된다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경비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굉장히 끔찍하고 불합리한 상황을 당했지만 ‘살인미수죄 적용은 어렵다’는 게 두 분의 생각. 자살교사 방조죄라는 것도 있잖아요 우리 법에 보면, 그건 안 돼요?

◆ 백성문> 그건 더 안 되죠. 교사라는 건 쉽게 말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어주는 건데. 그런데 그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되는 거거든요. 이렇게 막 협박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한 게 아니라. 자살교사는 안 되고. 또 옆에서 방조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살교사방조죄도 성립하기 좀 어렵습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 말씀을 종합해 보면 이 가해자한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라는 건 폭행, 상해, 협박?

◆ 조을원> 업무 방해도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또 진단서를 가지고 2000만원 내놔라는 식으로 했기 때문에 공갈미수도 될 것 같고, 또 화장실에 가둬놓고 폭행을 했기 때문에 감금죄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 정도면 처벌을 어느 정도 받아요? 통상?

◆ 백성문> 통상적으로는 원래 만약에 최희석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중형 선고되기는 어려운 사안인데요. 그런데 이제 결과 자체가 너무 중한 결과가 발생한 상황이고. 일단 이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입주민은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게 다 인정되고 만약에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다면 입주민의 부인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이 될 거고요. 최희석 씨의 사망으로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형선고가 가능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첫 번째 쟁점에 대한 결론은 폭행, 협박. 감금, 상해. 이런 것들을 다 넣을 수는 있지만 ‘살인미수죄는 어렵다’는 말씀. 두 번째로 가겠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산재 승인이 가능할 것인가? 이거는 어떻게 보세요?

◆ 백성문> 일단 원칙론으로 말씀드리면 자해를 하거나 고의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산업재해가 안 되는데 예외적으로 인정을 해 주는 경우가 있긴 해요. 업무상 받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주변의 괴롭힘을 통해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인정해 줬던 케이스가 있는데 그 케이스가 이번 사건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2014년에 있었던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의 지속적인 괴롭힘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경비원에게 산재가 인정이 된 적이 있어요.

◇ 김현정> 굉장히 유사하네요.

◆ 백성문> 그걸 기초로 해서 본다면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원칙을 벗어나서 이건 인과관계를, 그러니까 사망한 결과에 대한 괴롭힘과 인과관계를 인정을 해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해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게 좀 일반론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원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에 보면 ‘근로자의 고의나 자해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 고의나 자해로 발생한. 그러면 이번 경우는 어쨌든 극단적인 선택,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자해에 해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조을원> 맞습니다. 그런데 그 조항 밑에 보면 이제 고의나 자해로 발생한 사망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라고 규정이 되어있지만 그러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 이상 상태에서 근로자가 그런 자해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면 이 경우에는 상당한 인과관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법조문에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문을 근거로 산재로 볼 수가 있다는 입장이죠.

◇ 김현정> 그렇군요. 두 분 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시는 거고.

◆ 조을원> 저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 정도 자해는 충분히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자해다, 그렇군요. 비슷한 사례도 지금 말씀해 주셨고. 그러면 이 부분은 두 분의 이견이 없어요. 세 번째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세 번째, 이게 산업재해라면 경비원들을 관리하는 회사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되는 거 아니냐? 손해배상 여부는 어때요?

◆ 조을원> 저부터 말씀을 드리면 경비원 분들이 입주민 대표들이랑 직접적으로 고용계약을 맺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용역업체에 경비원 분들이 근로자로 소속이 되어 있고 이 용역업체가 아파트라든지 공동주택 입주민 대표회의랑 위탁계약을 맺어서 경비원 분들이 일을 하게 되는데요.

법적으로 경비원들의 사업주는 그 용역회사입니다. 그럼 용역회사는, 노동자를 관리하는 회사에 있어서는 법적으로 사업주가 그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고 보호를 하지 못했다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심지어 그 경비원이 관리소장한테 가서 여러 번 하소연을 했고 관리소장이 모르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손해배상 가능하다?

◆ 조을원>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백 변호사님.

◆ 백성문> 일단 가해자인 입주민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죠. 만약에 다 사실이라면 입주자가 얼마든지 형사처벌도 받을 거고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텐데. 지금 조 변호사님 말씀하셨던 거, 원론적으로는 맞습니다마는 사업주가 어디까지 보호 의무를 부담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논란의 여지가 커요.

◇ 김현정> 여기서 갈리네요. 첫 번째 쟁점, 두 번째 쟁점은 두 분 다 똑같은 의견이셨는데 여기서 좀 갈리네요?

◆ 백성문> 저는 그래서 현실적으로 입주민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또 산재를 인정해서 산재보험으로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겠지만. 회사를 상대로, 이 경비원 최희석 씨께서 소속돼 있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라는 입장인 게 뭐냐면.

예를 들어서 내가 너무 입주자 때문에 괴로워서 회사에 좀 옮겨 달라, 예를 들어서 1동이면 저기 50동으로 옮겨 달라,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참아라, 묵살하거나 이런 정도의 상황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내가 힘들다는 토로한 정도 수준을 가지고 사업주에게 그 정도까지 부과하기는 현실적으로 좀 어렵다.

◇ 김현정> 이렇게 내가 지금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 나를 보호해달라, 이 정도면 적극적으로 얘기한 거 아니에요?

◆ 백성문> 사실 그 안에서 참으라고 한 것보다는, 어느 정도 견디라고 한 취지 정도인데. 적확적으로 고 최희석 씨께서 '나 그냥 여기 말고요. 다른 아파트로 옮겨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살을 했다면 사업주의 보호 의무가 인정되겠지만 단순히 괴로움, 힘들다는 토로 정도를 가지고 이걸 전부 다 보호해 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게 사실 많은 변호사들의 생각이고요.

◇ 김현정> 조금 더 구체적인 요구가 있었는데 그게 묵살당했다라는 증거가 있어야 된다?

◆ 백성문> 그래서 조 변호사님이 말씀하셨던 것에 동조하시는 변호사님들도 많은 것 같고요. 제가 말씀드렸던 이 보호 의무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직접 가해자가 있는데. 직접 가해자가 없는 상황도 아니잖아요. 직접 가해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가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보호 의무까지 넓히는 게 과연 옳은가, 이에 대해서는 좀 이론이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조 변호사님.

◆ 조을원> 앞서 말씀하셨던 6년 전 강남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분신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상황에 있어서도 법원이 그 관리회사에게 사업주로서의 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인정을 해서 위자료 2500만원을 인정을 한 판례가 있었거든요. 물론 백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에 그 경비원 분이 회사에 찾아서 고충을 토로하고 근무지도 좀 변경해 달라라고 했지만 아까 말씀하신 대로 그 요청을 묵살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회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라고 판결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도 과연 그런 부분이 아예 없었느냐? 그러니까 가해 입주민과 그 피해자 간의 두 사람만의 문제로 볼 것이냐? 이게 지금 폭행 사건이 하루에 그친 것이 아니거든요. 연속적으로 지속적으로 있었고.

◇ 김현정> 20일간 있었어요.

◆ 조을원> 또 가해자 입주민이 관리소에 가서 그 피해자 분을 자르라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었고.

◇ 김현정> ‘여기서 당장 사표 써!’ 이런 걸 했다는 거죠.

◆ 조을원> 입주민들이 이 사건을 고소를 하는 걸 도와주기까지 했어요. 선임을 해 주기까지했고.

◇ 김현정> 입주민들이 병원에 입원까지 시켜줬어요.


◆ 조을원> 또 주민대책 회의도 열었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 상황에서 과연 그 관리회사는 전혀 알지 못했느냐. 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만한 여지가 없었겠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그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1동에서 20동으로 옮겨주세요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분이 처한 환경이 사실 을이잖아요.

◆ 백성문> 그렇죠.

◇ 김현정> 경비원은 그 업체에서도 을이거든요. 말은 못 했지만 돌아가는 판을 보면 알아서 그렇게 해 줬어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지금 조 변호사님이 생각하시는 거예요?

◆ 조을원> 알아서 그렇게 해줄뿐만 아니라 괴롭힘이 거의 20일간 지속적으로 있었잖아요. 그렇게 본다면 그렇게 본다면 어느 정도의 대책을 강구를 했어야 되지 않았느냐.

◇ 김현정> 거기에서 의무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거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백성문> 저는 법적 책임을 져야 된다는 것보다는 아쉬움이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인 아쉬움일 뿐이고. 그리고 사실 이 경비 분들이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 것이지, 용역업체 회사가 잘못했다고 하기에는 사실 가해자가 명백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본인의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걸 용역회사에 책임을 또 돌리는 것도 구조적인 문제를 안 좋게 심화시키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실 경비원도 마찬가지지만 용역회사 입장에서도 경비 한 분이 입주민하고 티격태격 하면 이 회사가 통째로 계약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여기도 을이에요. 여기도 보호하기 힘든 문제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옮겨달라고 하는 정도가 되면 당연히 옮겨줘야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걸 일일이 용역회사에서 다 파악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고 입주민과의 관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 손해배상 책임의 객체가 되는 사람은 가해자인 입주민이지, 고 최희석 씨의 회사까지 끌어들이는 것. 산재가 인정되는 건 결론으로 하고, 회사까지 가져오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산재까지는 되지만 손해배상, 민사소송까지 회사를 상대로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 조을원> 그런데 손해배상이라는 게 고의가 있어야만 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과실로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이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과연 과실이 없었는지는 한번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 마지막 세 번째 쟁점에서 갈리네요. 그런데 두 분만 갈리는 게 아니라 법조계 의견 자체가 갈려요?

◆ 백성문> 맞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가 오늘 청취자 찬반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청취자 의견은 뭐가 많아요? ‘처벌도 강하게 해야 하고, 그 회사가 손해배상해 줘야 된다.’라는 쪽이 좀 더 많다. 그렇죠, 사람의 심정이라는 건요. 법 감정하고는 다른 거니까.

◆ 조을원> 1차적으로는 가해자분이 책임을 지셔야 되는 건 백 변호사님이나 저나 공통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 김현정> 지금 많은 분들이 안타까움에 문자를 주고 계시고, 무엇보다 가해자가 솔직하게 혐의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 보여라라는 주문이 많다는 거 전해드리면서 오늘 재판정은 여기서 인사 나누겠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 백성문> 네, 고맙습니다.

◆ 조을원> 감사합니다.

◇ 김현정> 백성문 변호사, 조을원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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