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연설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다. 부르튼 입술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란 전언이다.
각종 행사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온 청와대 관계자들은 "슬픔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다가 하얗게 입술이 뜯긴 것 같다"고 전했다. 연단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광장의 전경을 보고 5·18 희생자들의 참상이 떠올라 문 대통령이 울컥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행사는 사상 처음으로 망월동 묘역이 아닌 전남도청 앞 5.18 광장에서 열렸다. 그동안 5·18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진행했던 것과 달리 40주년을 맞이해 역사적 현장의 중심에서 기념식을 치르게 됐다.
이 곳은 헬기 사격이 가해졌던 금남로의 전일빌딩, 광주시민들의 구심점이었던 분수대 등 1980년 5·18의 참혹한 현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당시 주요 건물들은 상당수 보존돼 있어 40년 전과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광주의 한과 영이 담겨 있는 이 장소에서 참석자들 대부분 감정이 북받쳤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장에 입장한 뒤 사회자인 방송인 김제동씨의 오프닝 멘트를 들으며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이어 연단에 올라 연설문을 읽어가면서도 내내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라며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처음으로 제2묘역 참배하며 유가족 트라우마 치료 언급하며 위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 참석 뒤 곧바로 국립 5·18 민주묘지 제2묘역을 참배했다. 본래 묘역(제1묘역)이 아닌 제2묘역을 대통령이 방문,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공간 부족으로 2011년 제2묘역이 조성됐고, 2017년부터 이곳에도 안장이 시작됐다.
이곳에서 유가족을 만난 문 대통령은 "한창 좋을 나이에 돌아가신 것을 보면 (5.18)이후에도 병고를 많이 겪었던 모양이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에 유가족은 적절한 시기 치료받지 못하고 오랜시간 쌓여온 트라우마(충격에 의한 정신적 상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 유가족 부인은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남편이)마음이 너무 착한 사람이었고, 이 사람은 YWCA에서 자기 표현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라며 "그런데 남편이 가끔 '옆에서 총 맞아 죽어가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 앞에 나는 부끄럽다'는 말을 했다"라고 회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안타까움에 고개를 끄덕이며 유족들의 트라우마 치료 상황을 옆에 있던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에게 묻기도했다. 이 시장은 "국립트라우마센터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참배한 김영훈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80년대 치료를 받았으면 받았을텐데, 10년 후에 저희들이 치료를 받았다. 후유증이 너무 많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80년대 일어났는데, 90년도까지는 폭도로 취급받아 병원에 가지도 못했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유족들과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트라우마는)오랫동안 평생을 계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트라우마 심리치료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심리 치료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