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받고 월급 받는데 프리랜서"…고용보험 사각지대 1300만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1300만"
"지시·월급 등 '실질적 근로자'인데 고용보험 사각지대"
"근로자성 입증책임 사업주에 둬야"

귀금속 업종에서 일하는 주얼리 노동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을 보장하고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7년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3개월 인턴 후 정직원 전환이 조건이었는데, 회사에서는 마음대로 저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프리랜서처럼 고용했습니다. 3.3퍼센트를 뗀 월급을 받으며 일했고, 근로계약서는 구경도 못 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야근을 하면서도 야근 수당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 "어린이집 유치원 강사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월급 없이' 무한정으로 쉬고 있습니다. 저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위탁계약서를 썼습니다. 계약 기간이 2년인데 그 전에 퇴사하려면 반드시 3개월 전에 얘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4대 보험과 퇴직금은 없다고 돼 있습니다. 수입이 없어 사직하려 하는데, 사업주는 그만두는 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노동자들이 고용 위기를 겪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돼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220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비롯해 1300만 명이 정부의 일자리 핵심 대책인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고용보험 밖에 있는 이들을 '고용보험 임시가입자'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현재 일반 사무직, 디자인 회사 근로자, 유치원 강사, 헤어디자이너, 헬스트레이너, 핸드폰 판매원 등 다양한 직종의 근로자들이 '프리랜서'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회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하고 정기적인 임금을 받는 '실질적' 노동자인데도 계약 형태만 '사업자'로 돼 있어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축으로 실업자가 늘면서 지난달 1조원에 달하는 실업급여가 고용보험기금에서 빠져나갔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9천933억원으로, 작년 동월보다 2천551억원(34.6%) 급증했다. 한 달 구직급여 지급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연합뉴스)
직장갑질119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4대 보험료 내는 것보다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게 유리하다"며 "이렇게 되면,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져 휴업수당이나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해도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라서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는 '위장 프리랜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사업주의 입증책임'을 들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계약의 형식에 비춰 판단하고 있는데, 이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는지 등 실질적인 근로 형태를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법을 개정해 근로자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과해야 한다"며 "근로자를 주장하는 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을 사업주가 입증하도록 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불법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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