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강남역 살인사건, 4년 지났지만...

4대 강력범죄 피해자 85%가 여성
언론의 성인지감수성, 여전히 문제
성범죄 보도, '구체성' 피해야
결국 선정성과 피해자 2차 가해로 흘러
중요한 것은 가해자 서사가 아니라 피해자 고려
가해자는 말하지 않고 항상 피해자가 불려나와
여성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똑같이 '트렁크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5월 15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다혜 (씨네21 기자)


◇ 정관용> 나는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았다. 이 문장 여러분, 기억하시죠? 2016년 5월 17일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 이번 주 일요일이면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4년이 됩니다. 그 이후에도 스토킹 범죄, 불법촬영, 텔레그램, N번방, 여전히 여성이 안전한 나라는 좀 소원해 보이고요. 여성 대상 범죄, 성범죄 자극적으로 보도되고 그래서 언론에 성범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언론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우리가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죠. 그래서 오늘 우리 매체 특히 언론의 성인지 감수성 얼마나 나아지고 있나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요. 피해자 중심 시각에서 범죄 영화를 다시 뜯어보는 ‘범죄 영화 프로파일링’이라고 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 두 분을 초대했어요.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그리고 씨네21의 이다혜 기자, 두 분 어서 오십시오.

◆ 이다혜> 안녕하세요.

◆ 이수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범죄 영화 프로파일링. 영화 속에 드러난 피해자들을 거기에 주목한 거죠?

◆ 이다혜> 피해자들에 주목하는 프로고요. 정확하게는 ‘이수정, 이다혜 범죄 프로파일’이라고 해서 방송을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나 아니면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어떻게 하면 더 주목을 끌 수 있을까에 집중하다 보니까 굉장히 피해를 자극적으로 가장하기도 하고 그다음에 가해자 중심의 보도가 많다라고 생각을 해서, 가능한 그렇지 않게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떨까라고 시작한 프로입니다.

◇ 정관용> 영화나 이런 문화 콘텐츠에서 범죄 피해자가 어떻게 그려지나. 특히 여성 범죄 피해가 어떻게 그려지나. 이수정 교수님, 어떻게 그려져요?

◆ 이수정> 대상화. 어떻게 보면 인격을 가진 인격체, 사람, 이렇게 다루어지기보다는 스토리를 끌어가기 위한 일종의 도구 정도 되는.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사망하는데 전후 설명이 전혀 없는, 대부분이 이제 사실은 수사물들이고. 주인공은 경찰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범죄자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피해자는 그야말로 지나가는 행인 정도의 수준. 그렇기 때문에 잠깐 동안 주목을 끌기 위해서 좀 더 기자님 말씀하신 대로 센세이셔널한 그런 방식으로 영상이 구성이 되다 보니까 사실 이제 같은 여성 입장에서 보기가 굉장히 좀 고통스럽기도 하고 영화를 보면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굉장히 좀 정치 쪽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 정관용> 실제로 한국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강력 범죄의 범인은 대부분 남성이고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죠?

◆ 이수정> 성범죄 포함 강력범죄, 4대 강력범죄의 85% 정도가 이제 피해자는 여성이거든요.

◇ 정관용> 85%나? 문화콘텐츠 그런 분석을 하시는 활동을 잠깐 소개받았고. 오늘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른바 4주년을 앞두고 우리 언론의 성인지 감수성, 성범죄에 대한 보도의 문제점 이런 것들을 분석해 볼 텐데. 먼저 두 분은 4년 전 그 사건 어떻게 기역하세요. 이 교수님?

◆ 이수정> 그 사건은 지금 2016년도 5월 17일 새벽에, 새벽 시간대 강남역 10번 출구의 어떤 건물의 층간 화장실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일어났던 사건이고요. 지금 이제 30대 남성이 여성에 대한 이제 일종의 피해 의식 때문에 증오심이 있다가 결국은 화장실에서 먼저 들어가서 남자 손님들, 남자 화장실 이용자들은 6명을 보내고.

◇ 정관용> 보내고.

◆ 이수정> 지나보내고 일곱 번째 여성이 들어오니까 처참하게 인근 주방에서 훔쳐온 칼로 난도질을 해서 사망시키고 그리고는 이제 그 와중에 그것을 보고 많은 자들이 이제 신고를 하게 됐고요. 그 자리에서 그냥 아무런 어떤 은폐의 의도 없이 자리를 잠깐 뜹니다. 그리고 나서는 신고 받은 경찰이 와서 그냥 길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그런 이제 사건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특정 여성을 노린 게 아니라 그냥 여성을 대상으로. 그러다보니까. . .

◆ 이수정> 그러다보니까 시위가 이루어졌는데.

◇ 정관용> 계속 이루어졌죠.

◆ 이수정> 그런데 이제 저는 사실 그 사건이 굉장히 좀 제 기억에 많이 남는 시위 현장이 많이 있었는데요. 여성이 폭력 피해자가 되지 말게 해 달라는 또는 고발하는 그런 시위들이 많이 있었는데 NGO 단체에서.

◆ 이다혜> 주도를 하죠.

◆ 이수정> 그렇죠. 주도를 하는 그런 시위에서는 대부분 중년 여성들이 주로 많이 나와서 이제 여성인권을 위한 시위를 하는데 지금 최초로 너무나 많은 젊은 여성들이 아무런 조직 없이 연루되지 않고 젊은 사람들이.

◇ 정관용> 자발적으로.

◆ 이수정> 자발적으로 나와서 메모지를 알록달록하게 붙인 게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출구에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추모글과 꽃이 남겨져 있다. 박종민기자

◆ 이다혜> 저는 거기 가서 붙인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사건 보도가 나온 다음에 처음에 계속 묻지마 살인으로 보도가 되고 있었고. 그때 많이 가졌던 문제 의식은 묻지마라고 하는 건 성별이나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는 걸 뜻할 텐데. 이 경우에는 성별을 봤다는 거예요. 남성들을 여러 명 보내고 여자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라는 것에 주목을 했고, 특히나 이제 그곳의 위치가 강남역 번화가에 사실 대로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있는 곳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 정관용> 누구든 할 수 있는.

◆ 이다혜> 누구든 갈 수 있는 곳이고 거기서 서울에서 사시는 분들이라고 하면 아마 그 근처에서 친구들하고 약속을 하거나 이런 일이.

◆ 이수정> 안 해 본 사람이 없죠.

◆ 이다혜> 안 해 본 사람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은 저도 처음에 보도를 듣고 가서 봤을 때 제일 놀란 것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 동네라고라는 게 첫 번째였고, 그 다음에는 이제 거기 접착식 메모지를 다 이제 붙이는 방식으로 추모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정말 다 각각의 말들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중에는 자기가 겪었던 무서웠던 일을 쓰신 분들도 계셨고 그 다음에 제가 굉장히 많이 봤던 말 중의 하나는 ‘살려주세요’라는 말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말 없이 그냥 ‘살려주세요’라고 쓰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게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 정관용> 이 사회를 향해서.

◆ 이다혜> 사회 전체를 향해서 하는 말이라는 거예요.

◇ 정관용> 여성들은 항상 두려워하며 산다, 그거잖아요.

◆ 이다혜> 그렇죠.

◆ 이수정> 그렇죠.

◆ 이다혜>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 사건이 있은 다음에 문제가 됐던 것 중에 하나가 공중화장실에서 남녀 공용으로 쓰는 화장실의 경우에 이를테면 무슨 손잡이 근처에 뚫려 있는 구멍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혀 예전에는 뭔가 공사하다가 문제가 있었나 보지 정도였는데 사실은 그 구멍들이 그럼 어떤 불법촬영을 위해서 뚫려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다들 자기가 가는 공중화장실에서 구멍이 왜 이렇게 많지를 묻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것은 결국은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지만 언젠가 나도 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 정관용> 우리 언론들이 2016년 그 사건이 있을 때, 보도했을 때에 문제점들이 좀 드러났었죠, 그 당시에.

◆ 이수정> 그 당시에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굉장히 논쟁을 많이 했었고요. 그래서 이제 아까도 기자님 말씀하셨지만 결국은 남성들을 피해자로 삼지 않고 여성을 피해자로 삼았기 때문에 여성 혐오범죄다, 이렇게 이제 주장하는, 정의 내리는 한편 입장이 있었고, 그리고 다른 한편은 아까 말씀을 한대로 묻지마 살인이나 또는 조현병에 기인한 어떤 이상동기범죄나 이렇게 이제 해석을 하는 그러한 입장이 있었는데 당시에 이제 저도 여성을 기다렸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은 했지만 그냥 이제 언론에서 언급되듯이 여성 혐오 범죄다라고 부르기가 사실은 굉장히 좀 두려웠던 게 사실은 언어 어떤 어휘가 주어가 되면 그 어휘가 사실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를 하잖아요.

◇ 정관용> 그래서 여성을 혐오의 대상화한다.

◆ 이수정> 그렇죠. 그렇게 될까봐. 사실은 그 어휘는 굉장히 유의해서 사용을 해야 될 것 같다, 이런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 정도로 거의 새롭게 여성 혐오 범죄라는 그건 사실 죄명도 아니고 범죄학적인 용어도 아닌데 그것이 이제 등장하기 시작한 그런 사건이었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죠.

◇ 정관용> 정확하게는 그 사건을 그럼 뭐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한 거예요? 여성 표적 범죄?

◆ 이다혜> 지금은 그냥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으로는 통용이 되고 있고요. 하지만 그 사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혐오 범죄라든가 그런 방식의 표현들이 나오고는 있는 거죠. 그런데 아마도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는 그 사건에 대한 표현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지금은 가장 중립적인 방식으로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부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이수정> 그게 가장 적합할 것 같고요.

◇ 정관용> 다른 규정 없이.

◆ 이수정>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지 간에 아직 좀.

◇ 정관용> 알겠어요. 그런데 그처럼 이름 하나 붙이는 데도 고민고민하고 언론이 임해야 하는데, 지난 4년 사이에 언론이 여성 대상 범죄를 보도하는, 특히 성 관련 범죄를 보도하는 어떤 보도 행태가 좋아지고 있어요? 어때요?

◆ 이다혜> 좋아지고 있다기보다는, 일단은 그런 보도를 할 때 문제제기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이제 그런 얘기가 있습니다. 만약에 여자가 살인을 저지르고 토막 살인을 저지르면 그래서 트렁크에 사람을 버렸다. 그러면 살인을 저질러도 트렁크녀라고 표현이 되고요. 자기가 피해자가 돼도 트렁크녀라고 불립니다. 이상한 일인 거죠. 가해자도 피해자도 여성은 항상 뉴스 헤드라인에 트렁크녀 모모모 녀라고 해서 한자를 붙여서. 그렇게 항상 여자를 부각시키는 그 경우가 가해자여도 피해자여도 여자를 부각시키는 방식의 보도가 굉장히 많이 있었고요.

◇ 정관용> 트렁크남 이렇게는 안 쓰잖아요.

◆ 이다혜> 안 쓰죠. 그러니까 가해자는 항상 숨어 있고 대체로 피해자는 여성일 때 이제 그런 방식의 보도가 많이 되고 있었고 그거를 이렇게 별 문제제기하지 않고 항상 언론에서는 이게 요약했을 때 더 글자 수가 덜 차지한다든가 이게 관행이라든가 하는 방식으로 넘어갔던 부분들을 왜 이렇게 부르는가. 왜 가해자는 말하지 않고 항상 피해자가 불려나오는가에 대해서 사실 인터넷을 하시는 분들부터 시작해서 지금 청와대에서 청원 게시판 운영을 할 때도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거죠.

◇ 정관용> 무슨 녀, 무슨 녀, 이런 녀, 모모. 왜 유독 여자에게만 그런 걸 붙이느냐.

◆ 이다혜> 그렇죠.

◇ 정관용> 또 최근에 보면 명백한 성추행 이런 거를 ‘몹쓸 짓’이라고 표현한다든지 ‘여자 문제’라고 표한다든지 그런 거 여전하죠?

◆ 이수정> 여전하죠. 부산 시장 사건에서도 이제 계속 사용됐던 어휘들이 그런 잘못된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냥 성추행 범죄인데 지금 그것을 그대로 보도를 하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성범죄는 좀 더 유독 이렇게 모서리를 마모를 시켜서 표현하는, 두리뭉실하게 표현하는 이런 어휘들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 특히 이번에 N번방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우리 이수정 교수님과도 인터뷰도 우리가 했었습니다마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범죄들이기 때문에 과거식 표현으로는 어떻게 부족한 거잖아요.

◆ 이수정> 그렇죠. 그래서

◇ 정관용> 단순한 불법 촬영물 이런 것도 아닌 거잖아요.

◆ 이수정> 아니죠. 그냥 촬영만하는 범죄가 기본적으로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처음에 N번방 사건이 터졌을 때 많은 젊은 시민들은 사실 이 성착취 범죄의 본질을 이해를 미리 했던 사람들이 있고 그분들이 이제 국회에다가 이제 입법 청원을 넣었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 입법 청원을 넣은 부분, 그야말로 청원 1호 입법을 하는 와중에 법사위에서 논의를 하는 논의의 주체들이 사실은 N번방이라는 그 사건의 내용을 모른 채 이게 그냥 일반 포로노그라피 정도로 생각을 하는.

◇ 정관용> 야한 동영상 그런 거라고 있죠.

◆ 이수정> 그렇죠. 우리도 옛날에 야동 보고 살았다, 이런 식으로 논의를 하다가 결국에는 그것이 그래서 이제 딥페이크를 규제하기 위한 성폭력 처벌법상의 규정은 만들긴 했는데 딥페이크라는 것은 사실은 얼굴만 띄워다가 이제 가짜로 만드는 그런 이제.

◇ 정관용> 합성물.

◆ 이수정> 합성물입니다. 그런데 이제 어쨌든 그러고 나니까 너무나 많은 이제 청원을 했던 시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이렇게 뭔지도 모르면서 입법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 정관용> 그나마 그런 문제제기 끝에 이제 범죄 유형을 ‘성착취 범죄’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하게 된 거죠?

◆ 이수정> 그게 아주 놀라운 일이기는 한데요. 음란물 또는 불법 촬영물이 아니라 아예 노골적으로 정확하게 내용을 성착취니까 성착취물로 부르자, 이런 정도의 운동이 생기면서 사실은 이제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사실은 이런 이슈들은 일주일 이상 가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사라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에.

◇ 정관용> 강력하게 살아남아서.

◆ 이수정> 살아남았어.

◇ 정관용> 이번에 통과돼요.

◆ 이수정> 그렇습니다. 특별법이 많이 이제 개정이 됐고요. 아주 놀라운 성과를 냈죠, 이번에.


◇ 정관용> N번방 관련해서 또 하나 짚을 게 이번에 체포된 갓갓. 두 얼굴의 그래서 아주 온순하고 착했다 이런 식의 한없이 반항 한번 없던 아이, 이런 식의 가해자의 과거를 보도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건 어떻게 봐야 돼요?

◆ 이다혜> 저는 예를 들면 그럼 어떻게 범죄를 보도를 할 것인가. 가해자에 집중을 하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 정관용> 가해자 서사 보도가 되죠.

◆ 이다혜> 장래희망이 뭐였고 그렇죠. 그래서 장래에 뭐가 되고 싶었는데 사라졌다라는 식으로 보도를 한다든가, 이제 강남로타리 사건 때는 가해자 장래희망이 뭐였다는 보도가 굉장히 많이 있었고요. 그 다음에 N번방 사건 관련해서는 가장 많이 보시는 게 굉장히 착하고 전혀 주변에서는 알 수 없었던 내성적인 성격이다 같은 식의 보도가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러면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밀어버린 미래와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은 아예 얘기도 없는 것이지만, 결국은 이렇게 착하고 보통 사람, 순진한 사람, 우리한테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이게 마치 이게 한순간의 실수로 인한 것인 것처럼. 하지만 이 범죄 내용은 굉장히 조직적이고 게다가 계획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들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보도를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우선 단순한 궁금증이 그 가해자가 반항 한 번 없던 아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왜 알아야 되는 걸까요?

◆ 이다혜> 그렇죠. 알아야 될까요, 정말? 알아야 할까요?

◇ 정관용> 왜 그런 거죠?

◆ 이수정> 그런데 이런 종류의 어떤 피고인, 피의자 내지는 지금 이런 범죄자들의 서사는 사실은 사법제도 내에서는 흔히 보는 스토리들이죠.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이 사법제도 안에서 피고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어떤 제도의 연장선상에서 이 사회도 사건을 바라보는 게 아니냐. 그 말은 무슨 얘기냐 하면 예컨대 피해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가해자 중심으로 모든 이제 서사를 푸는 사법제도를 그대로 닮았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것이며, 지금 이런 종류의 관점은 사실은 앞으로는 현저히 개선돼야 된다. 국가가 정의를 실현함에 있어서 피해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가해자를 아무리 처벌을 해도 응보주의, 반쪽밖에는 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 이런 얘기가 되는데. 문제는 언론도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이런 얘기죠.

◇ 정관용> 그러다 보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3차 가해.

◆ 이수정> 그렇습니다.

◆ 이다혜> 그렇죠. 지금 N번방 관련된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도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반발도 했는데. 예를 들면 이렇게 어떤 성착취 범죄 같은 게 있어서 지금 해결조차 되지 않았고 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규모도 정확하게 지금 파악을, 발표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 이게 너무 그럴듯한 영화 소재가 된다고 해서 영화화를 진행을 한다고 하면 과연 어떤 영화를 보게 될 것인가라는 걱정이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문제가 되는 사건들이 항상 이런 전철을 밟아왔던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두 분 생각하실 때 우리 매체가 성범죄를 다루는 방식에서 이거는 꼭 좀 개선해야 되겠다. 이건 정말 문제다 싶은 거 한 가지씩 한번 얘기해 보세요. 이 교수님부터.

◆ 이수정> 글쎄, 지금 저 같은 경우에는 이제 범죄 사건을 보도를 할 때 특히 성범죄도 보통 사건 내용을 너무 충실히 보도를 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내용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센세이셔널하고 어쩌면 그런 종류의 가학적인 내용이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이런 문제를 유발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필요 이상으로 그렇게 센세이셔널할 필요는 없다. 성범죄 이렇게 그냥 써도 이게 무슨 범죄인지 읽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그것을 누가 누구에게 어떤 것을 몇 번 이런 식으로 이제 굳이 설명을 해야 되는지.

◇ 정관용> 그걸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면서요.

◆ 이수정> 그렇습니다. 결국은 이렇게 와전되고 회자되면서 사실은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피해를 볼 때마다 사실 굉장히 큰 고통을 느끼는 거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모든 걸 피해자 중심 관점으로 바꿔보자.

◆ 이수정> 한번 노력해 보자.

◇ 정관용> 이다혜 기자도 한 가지.

◆ 이다혜> 뉴스를 보실 때 사건 뒤에 사람이 있거든요. 그냥 이름만 존재하는 어떤 무슨무슨 사건, N번방 사건 이렇게 되는 게 아니라 그 뒤에는 범죄 행위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26만 명 아니면 몇 명 이런 식으로 보도가 될 때도 그게 그냥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예요. 가해자도 마찬가지고 피해자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그래서 그 사람들을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성인지 감수성 우리 모두 재교육받아야 됩니다, 사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씨네21의 이다혜 기자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이다혜> 감사합니다.

◆ 이수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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