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제주지사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지역 제한 폐지와 함께 현금 지급으로 바꿀 것을 거듭 요구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공식 건의를 한 원 지사는 이날도 "위험에 비례해서 지원하는 긴급재난지원의 본질에 충실한다면 앞으로는 정말 소득이 위험한 가구들에게 더 많이 주고 그것을 가급적 현금으로 줘야 생필품뿐만 아니라 필요한 부분에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생필품 구입에만 쓰라고 하지만 예를 들어 보일러 수리비나 교육비 지출 등도 있다"며 "소득이 단절되거나 소득이 줄어 위험에 처한 가정들이 꼭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현금 지급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연금, 기초노령 연금을 받는 국민들에게는 재난지원금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그런 분들은 무엇이 지금 긴급하고 절실한 지 잘 알고 쓴다"며 "긴급재난지원 목적에 충실하려면 현금 지급이 맞다"고 거듭 주장했다.
원 지사는 이어 "모든 국민에게 주다 보니까 당장 생계나 소득에 위험이 없는 가구들은 혹시 저축하거나 주식투자를 해 버릴까 싶어서 지역상권으로 소비하도록 사후적으로 강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라리 소득 위험에 처한 분들에게 금액을 2~3배 더 줬으면 더 잘 썼을 것"이라는 말로 전 국민 지급 방식을 간접 비판했다.
그는 또 "지역상권의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두고 재난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특정 상권과 업종에만 쏠리다 보니 동네 슈퍼는 되는데 옆에 빵집은 안 되는 등의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필품 가게도 타격을 입었지만 대면접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서비스 업종은 초토화됐는데 현금으로 주면 모든 업종의 지역상권이나 중소상인들이 매출을 올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제주도의 경우 중간소득 이하 분들에게 현금으로 지급을 하니까 상품권을 할인한다든지 아니면 특정 가게에 쏠리는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제주도당은 "중앙정치만을 의식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꼴"이라며 원 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코로나19로 힘든 가정에 도움을 주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재난지원금의 목적이 있다"며 "다른 곳에 쓰이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통해 투명하게 지급하고, 사용처 역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으며 몇 가지 불편사항에 대해 정부에서도 검토하고 수정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지원자금임에도 불구하고 현금으로 지급받는다면 가계나 지역경제에 아무런 효과없이 나랏돈이 쓰일 우려가 있고 이야말로 사용목적에도 전혀 맞지 않는 단순한 포퓰리즘 행정일 뿐"이라며 "뜬금없는 현금지급 건의를 거둬 들이라"고 요구했다.
정의당은 한발 더 나아가 "원희룡 지사가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부터 모든 도민에게 지급하라"고 역제안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소득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퍼지고 있고 이에 따른 피해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힘들지 않은 도민이 없다"며 "지금의 위기를 일부 계층만의 문제라고 본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모든 제주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하면 약 700억원이 필요한데, 최초 편성한 550억원에서 150억원만 추가하면 된다"며 "제주도가 1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한 결과 제주 전체 가구의 40%인 11만 4000가구만 혜택을 받는 생색내기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이어 "관련 예산도 550억원을 편성했지만 370억원만 사용하고 180억 원이 남아 있다"며 "2차 예산 550억 원에 180억 원을 더하면 730억 원의 예산 확보가 가능해 추가 편성 없이도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