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유니클로 매장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아기 티셔츠를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모(45)씨는 설마 하는 생각이었다.
혹시나 해서 유니클로 롯데백화점 명동점에 전화를 건 김씨는 "저희 매장은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유니클로 명동점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입점해 있지 않은 명동점이나 강남점 등 단독 매장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김씨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긴급 재난지원금이 유니클로에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좀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부 긴급 재난지원금 의외의 사용처는 유니클로 말고도 더 있다.
지난 14일 지역 맘카페에 경기도 기흥 이케아에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왔다.
소상공인과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난지원금을 쓰도록 하자는 당초 취지와 달리 스타벅스와 대형 가구 매장인 이케아처럼 글로벌 기업의 매장에서 포인트 사용이 가능하자 유통업계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가장 큰 매장은 기업형수퍼마켓(SSM) 매장인 GS더프레시(구 GS수퍼)와 이마트 노브랜드다.
두 업체는 대기업 유통업체가 운영중이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GS프레시측은 "가맹점 비율이 전국 314점 중 절반 가량으로 높은데다 농식품 판매 비중이 40% 가량 되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직영점이 대부분이지만 점포 카드 가맹주소를 본사 소재지인 서울이 아닌 해당 지역으로 등록해 둔 덕분에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롯데수퍼,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에브리데이 등 대형마트의 SSM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안 된다는 기존 원칙에 누구는 적용을 받고 누구는 안 받는다는 게 옳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프랜차이즈도 지역마다 사용처가 나뉜다. 본사 소재지의 직영점은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해 본사가 서울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서울 전 매장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임대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는 쇼핑몰 역시 사용이 가능하다.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스토어나 영등포 IFC몰에 위치한 샤넬 매장의 경우 백화점 내 입점해있지 않은데다 업종도 제한이 없어 원칙적으로는 지원금을 쓸 수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 논란이 일자 일부 소비자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모(40)씨는 "국가재난지원금을 이케아나 스타벅스 등 다른나라 기업에는 안 썼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빚 내서 나눠준 건데 다른나라 배불리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행정안전부는 "국민 혼란을 줄이기 위해 카드사와 함께 사용처를 안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