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사람은 여느 사람과 달리 다른 감각이 발달한다고 한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울산동천고등학교 이희진(36) 교사.
코로나19 상황에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교사는 육체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녀 만이 갖고 있는 다른 눈으로.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꿨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이 교사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 없다보니 시끌벅쩍해야 할 곳이 너무 고요하다. 텅 빈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지난 2008년 특수학급 교사로 부임했다. 교직경력 10년차 그리고 결혼한 지 2년6개월 만에 고난이 왔다. 그는 평소 녹내장으로 병원에서 눈 관리를 받았다.
시력회복에 대한 기대로 안압조절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수술 도중 망막이 떨어지는 사고를 겪게 된다. 이후 여러차례 수술을 했지만 빛을 잃게 되었다.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안압조절 수술 중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고가 하필 자신의 수술 때 발생했느냐는 거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되니깐 절망감이 엄청 컸죠. 우울감에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런 이 교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 가족들이었다. 그리고 시각장애라는 이름으로 찾아 온 시련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 교사는 2년 동안 휴직을 하고 재활을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용 점자를 비롯해 음성 출력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법을 배웠다. 흰 지팡이를 짚고 보행하는 법도 익혔다.
일상생활과 수업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 오히려 특수학급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더 커졌다. 교단에 다시 서면서 새로 맞이한 일상이 그저 감사했다.
아이들에게 감사일기를 쓰고 발표하도록 했다. 연약함과 결핍 등 부족한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미 주어진 것에서 하루 3가지씩 감사거리를 찾았다.
서로 소소한 일상을 나누면서 이 교사도 학생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학급 앞에 붙어 있는 '특수'를 떠나 아이들은 건강한 자아상을 회복했다.
"하루는 20대 초반이 된 제자가 제가 복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어요.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인데 학교 다닐 때 지각도 많이 하고 말썽도 잦았죠. 그랬던 그가 당당히 일반회사에 취직해 목표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정말 뿌듯했어요."
이 교사는 시각장애를 갖고 난 이후, 특수학급 학생들의 마음을 비롯해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을 더 헤아려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 일반 학생들에게 장애가 특별하게 다른 것이 아닌 다양한 인생의 모습들 중에 하나라고 전하면서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 중인 상황에 대해 이 교사는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달았어요. 등교 개학하면 그 일상을 더 귀하게 여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 "장애나 문제나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애민한 시기인 만큼 안되는 것 보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서로 격려와 응원의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직 13년차인 자신보다 더 훌륭한 교사들이 많다는 이 교사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들 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소임을 다하는 교사 한 분, 한 분이 영웅이라고 했다.
육체의 눈을 잃고 제2의 교직의 길을 걷고 있는 이희진 교사.
등교 개학을 하면 만나게 될 특수학급 제자 5명에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을 밝게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얘들아! 너무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