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원격의료' 카드 꺼냈다 의료계 반발에 '화들짝'

靑 김연명 사회수석 비공개 발언 알려지며 원격의료 추진설 급속히 확산
당청, 뒤늦게 "코로나 대비 비대면 진료 확대" 뿐이라며 진화
코로나19에 뒤통수 맞았다는 의료계, 의사협회 '투쟁 불사'하며 격한 반응
문재인 대통령 '규제혁파' 강조하는 가운데 설익은 정책추진이 논쟁 야기 지적
공공의료나 민감한 규제 완화의 경우 사회적 합의 필요성 환기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의 '원격의료' 발언 한마디가 당청간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의료계도 뒤흔들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고, 의료계에서 거센 반발도 일고 있다.

청와대가 포스트 코로나 체제를 대비해 '선도형 국가'를 목표로 삼으며 '규제 혁파'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원격의료의 경우처럼 공공성과 직결되는 화두의 경우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연명 수석 비공개 강연 발언 알려지며 논쟁 촉발, 의료계 뜨거운 감자 건드려

청와대의 '원격의료 추진설'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지난 13일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촉발됐다.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주요 정책을 소개하는 강연 자리에 나온 발언이었다. 김 수석은 코로나19 사태로 전화진료 등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을 토대로 원격의료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 막상 전화진료를 해보니 우려했던 대형병원 쏠림 현상같은 부작용이 크지 않아 원격의료도 검토해볼 만 하다는 뉘앙스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의 발언은 곧장 파장을 일으켰다. 원격의료는 의료계에서는 오래된 화두이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강하게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강한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사진=연합뉴스)
특히 박근혜 정권 초반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를 일부 강행하면서 대규모 의사파업이 벌어지는 등 의료계와 정면 충돌했다.

현재도 의사협회 등에서는 원격의료가 확대되면 대면진료라는 원칙이 깨질 수 있고, 병원 쏠림 현상이 가중되며 의료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형병원과 중소형 병원간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지만 여전히 의료계 전반적으로는 반대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예민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김 수석 본인의 생각이 다소 섞여있는 발언이 청와대 전체 분위기인 것처럼 확대해석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비대면 의료 도입을 강조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당청 진화 나섰지만 의료계 반발 거세져…공공성 걸린 '규제혁파'는 사회적 논의 충분히 거쳐야

이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설명한 것"이라며 "이것을 일부 언론에서 과대 포장하면서 논란이 커졌지만 일종의 해프닝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격의료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발전시킨다는 접근이 아니라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비대면 진료를 강화하는 차원"이라며 "앞으로도 공공성을 우선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당도 사안의 민감성을 알아서인지 곧바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 구체적 정책을 추진하거나 협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투쟁'까지 언급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원격의료 추진을 강행할 경우 '극단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번 일이 '해프닝'이라는 청와대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파'를 강조하면서 각계에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일련의 혼선은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활발한 토론과 사회적 조율을 건너뛰는 섣부른 정책 추진은 소모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규제 혁파'가 경제와 기업인들에게 활력을 주고 창업을 북돋는 방향에서는 필수적이지만, 공공성과 직결된 규제의 경우에는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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