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번 주말이 '중대고비'

14일 정오 기준 133명 확진…규모보다 우려되는 건 '양상'
'용인 확진자' 2일 증상 나타나 6일 확진…1주일 넘게 지나
인천 학원강사 등 클럽 방문자 통한 '3차 감염'도 현실화
지난 11일 8400여건→13일 2만 2천건→14일 3만 5천건 검사
정부 "아직은 역학조사 진행 중"…'생활 속 거리두기' 유지
주말 끼고 교회, 체육시설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 운영도 '복병'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따른 전국 확진자 수가 증가한 지난 13일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메이드가 임시폐쇄되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서울 이태원 클럽으로부터 촉발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주말을 앞두고 '중대 고비'를 맞았다.

당초 방역당국이 초발환자로 지목한 '용인 확진자'가 확진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그로 인한 추가 확진자들의 잠복기가 끝나가는데다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이후 두 번째 주말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접촉자 1차 잠복기 끝나…전국적 확산과 발병시점도 '악조건'

지난 14일 정오기준으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밝힌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환자는 총 133명이다. 이날 오후 서울시에서 추가로 확인된 환자들을 더하면 누적 확진자는 최소 142명까지 늘어났다.

클럽 방문자 중 최초 확진된 '용인 확진자'(용인 66번 환자)는 지난 2일 새벽 이태원 소재 클럽 및 주점 5곳을 다녀간 뒤 당일부터 고열,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6일 확진됐다. 이 환자가 발병한 지는 2주가 흘렀고, 양성 판정을 받은지도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난 셈이다.

최대 14일까지 보지만 통상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5~7일 안에 증상이 발현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추가전파의 1차 잠복기는 끝났거나 막바지일 가능성이 높다.

일주일 만에 100명을 훌쩍 넘어선 확진규모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전파양상'이다.

앞서 수도권 지역 내 최대 집단감염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는 지난 3월 169명의 확진자가 나온 바 있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따른 전국 확진자 수가 증가한 지난 13일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메이드가 임시폐쇄되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태원 클럽발 확진세는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콜센터와 같이 특정지역과 사업장에 국한된 전파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콜센터 감염 당시는 대구 신천지로 인한 국내 대유행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매우 높았다는 것도 사뭇 다른 지점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정오 기준으로 이태원 클럽 확진자들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 73명 △경기 25명 △인천 18명 △충북 8명 △부산 4명 △충남 1명 △전북 1명 △경남 1명 △강원 1명 △제주 1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태원을 관내에 둔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이 압도적 비율(116명)을 차지했지만, 그 외 시·도 7곳에서도 환자가 나와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용인 확진자'의 발병시점도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직전 사람들이 대거 여행과 나들이에 나선 '황금연휴' 기간이었단 점 또한 불리한 조건이다.

◇3만건 검사했지만…소재 불분명 2천여명에 '3차 감염'도 가시화

방역당국은 이같은 위험요소들을 주지하고 확진 가능성이 높은 접촉자들의 '조기 발견'과 검사, 격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방대본 권준욱 부본부장은 지난 12일 "코로나가 증상 발현 전에 (추가전파 가능한 인원의) 40% 이상의 전파를 시킨다고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90% 이상의 접촉자를 추적해 찾아낸다면 결국은 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역당국은 '용인 확진자'가 방문하지 않은 시설과 날짜에도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조사범위를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태원의 특정 클럽이 아닌 '모든' 유흥시설로 넓혔다. 해당기간 방문자들에 대해선 연락처 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단검사를 실시하겠다며, 무료·익명검사의 카드도 꺼냈다.

서울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에 따라, 선별진료소를 찾는 의심환자들이 대폭 늘면서 관련 진단검사는 지난 11일 8490건에서 13일 2만 2천건으로 폭증했고 전날 기준 3만 5천여건이 시행됐다.

하지만 방역망에 잡히지 않은 환자들이 훨씬 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들이 보유한 출입명부를 통해 5517명의 명단을 확보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2500여명은 연락처 허위기재, 신상노출을 꺼린 고의적 회피 등으로 연락이 안 닿고 있다.

여기에 '3차 감염'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전날 인천시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확진된 학원강사 A(25)씨의 수업을 들은 고3 학생 B군과 그의 어머니가 추가확진됐다고 밝혔다. B군과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친구도 같은 날 양성판정을 받았다.

또 A씨에게 과외를 받던 쌍둥이 중학생에 이어 또다른 과외교사도 확진된 것으로 조사돼, A씨 한 사람으로 인한 2·3차 감염만도 14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방역 체제가 '생활 속 거리두기' 로 전환된 후 첫 주말의 풍경. (사진=황진환 기자)
◇'생활 속 거리두기' 두 번째 주말…"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고비"

정부는 현재의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할지 사실상 갈림길에 섰다고 평가했다. 다만,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당분간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권 부본부장은 "지금 우리는 매우 중대한 고비에 직면해 있다"며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쌓아온 코로나19의 방역망, 그리고 유행 억제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지 또는 좀 더 다른 조치가 필요할지 여부를 판단할 기로에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6일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 주말이란 점도 '복병'이다. 정부가 지시한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한 '조건부'라 해도, 원칙적으로 종교시설과 체육시설 등 감염 위험도가 높은 실내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무증상인 상태에서 지역사회 추가전파를 일으키고 있는 '깜깜이 확진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집단발병이 시작되면 거기서 얼마나 추가적인 환자가 나오는지를 생각해야지, 4차나 5차 등 N차 감염이 더 문제라고 할 상황은 지났다"며 "연휴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환자가)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물량이 늘어난 김에 지역사회 내 (확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최대한 검사를 많이 돌려봐야 한다"며 "뒤늦게 발견하는 확진자가 얼마나 되느냐가 추후 상황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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