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희석 경비원 '갑질 폭행' 의혹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4일 경비원, 미화원, 가전기사 등의 갑질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사례에 따르면 경비원 B씨의 경우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이 20년 동안 관리 사무실에 책상을 갖다놓고 일일이 간섭하고 지시한다고 토로했다. 아침 직원회의 때마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내가 왕이다", "언제든지 내쫓을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회장은 근로계약상 문제가 제기되자, 욕설을 한 뒤 B씨를 결국 해고했다.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C씨는 입주민의 민원 억지와 협박이 야간시간, 불특정시간에 지속되면서 정신적 고통이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호소했다. 제보된 통화내용에는 "아저씨 왜 말귀를 못 알아들으세요?", "당장 구해달라고 했어요", "입주민 카페에 올릴 거예요" 등의 고성이 담겼다. 통화는 11분간 계속됐다.
시설기사 파견계약직 형태 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D씨는 관리소장이 자신의 차 청소 및 기스 제거 광내기 등을 시키고, 현금이 없다며 은행에서 돈을 출납해오라는 업무도 지시한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제보를 토대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장은 왕처럼 군림하며 직원들을 하인 부리듯 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시킨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직원에게 세차를 시킨다. 주민들의 공동체가 돼야 할 아파트가 갑질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비원, 미화원들은 고령자가 많아 인터넷으로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고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도 매우 적다"며 "경비원의 억울한 죽음을 계기로 아파트 주민 갑질, 소장 갑질로부터 고통 받지 않도록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를 향해 LH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은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미화·가전기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주민 및 소장 갑질 실태를 전수조사하는 한편,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갑질 피해와 관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고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같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이날 새벽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한 뒤 고인의 집을 거쳐 생전에 근무하던 아파트로 이동해 노제를 치렀다.
아파트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운구 차량이 도착하기 전 이른 새벽부터 주민들이 고민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
분향소에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저씨의 착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갑질 없는 곳에서 평안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추모 메시지가 붙었다. 주민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분향하고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올렸다.
앞서 최씨는 지난달 주차 문제로 한 주민과 갈등을 빚은 뒤 여러 차례 폭행과 폭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 10일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에는 이날 오후 1시까지 34만7천여명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