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모르는 롯데 자이언츠의 근성이 빛난 경기였다.
1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
두산이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토종' 에이스 이영하가 선발로 등판한 가운데 1회초 김재환의 투런홈런으로 선제 홈런을 뽑았다.
이후 경기 흐름은 일관적이었다. 두산이 달아나면 롯데가 추격했다. 롯데가 뒤집으면 두산이 반격했고 그 흐름을 롯데가 또 바꿔놓았다.
전날 경기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해 교체됐던 롯데 이대호가 포문을 열었다. 1회말 타석 때 상대 폭투로 득점을 올린 롯데는 이대호의 적시타로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은 롯데의 유망주 선발 서준원을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2회초에 1점을, 3회초 2점을 각각 뽑아 5대2로 앞서갔다.
롯데의 반격은 매서웠다. 두산이 실책으로 빌미를 줬다. 5회말 선두타자 정보근이 2루수 류지혁의 실책으로 출루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안치홍이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고 딕슨 마차도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스코어를 5대5 동점으로 만들었다.
상승세를 탄 롯데는 6회말 손아섭의 2타점 적시타로 7대5 역전에 성공했다.
KBO 리그 시즌 초반 뚜렷한 흐름은 크게 두가지다. 홈런이 나오고 불펜은 불안하다. 이날 경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두산은 7회초 대타 최주환의 벼락같은 3점홈런으로 스코어를 8대7로 뒤집었다.
하지만 두산 불펜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롯데는 8회말 이대호의 적시타로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계속된 득점권 상황에서 두산은 마무리 이형범을 등판시켰지만 안치홍이 적시타를 때려 롯데에 9대8 리드를 안겨줬다.
8회까지의 승부는 마지막 9회에 펼쳐진 드라마를 위한 오프닝에 불과했다.
롯데는 9회초 마무리 김원중을 등판시켰다. 하지만 선두타자 오재일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때려 다시 9대9 동점을 만들었다. 김원중은 이후 세 타자를 연거푸 막아냈지만 마운드를 내려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김원중에게 미소를 되찾아준 선수는 다름 아닌 롯데의 주장 민병헌이었다.
민병헌은 9회말 선두타자로 들어서 이형범이 던진 초구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렸다. 롯데가 두산을 10대9로 누르고 전날 패배를 설욕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역전과 동점이 반복됐고 양팀 마무리 투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치열한 수준을 넘어 처절한 승부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롯데의 근성이었다. 달라진 롯데의 힘을 실감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