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를 둘러싼 공방, 무엇이 문제인가

이 할머니, 수요집회 불참하며 "30년간 투쟁 과정 오류 극복해야"
"피해 보상없이 운동만 남은 결과에 실망" vs "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문제제기"

30여 년간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던 이용수 할머니(92)와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후원금 사용처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할머니는 예고대로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30년간의 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사업방식에 오류가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이 할머니가 언급한 오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 않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이용수 할머니.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용수 할머니가 바라는 것은 무엇?

지난 7일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며 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 등 관련 단체를 비판하고 수요시위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이 할머니는 또 30년 가까이 위안부 대책 관련 단체에 이용만 당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며 "성금·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정의연과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아 관련 단체들은 이 할머니의 비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윤 당선인의 남편 김삼석씨는 자신이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있는 수원시민신문에 '아베가 가장 미워할 국회의원 윤미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 할머니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후손들에게 목돈을 물려 주고 싶은 생각에 비롯된 것이 아닐까. 사회운동가와 피해자의 관점은 다를 수 있고, 그 빈틈을 보수언론과 현재 이 할머니 옆에 붙어있는 수상한 괴뢰단체에서 파고든 것 같다"고 썼다가 글을 삭제했다.

그는 지난 10일부터 윤 당선인에 대한 글을 세차례 올리며 정의연에 후원금 문제를 가지고 '부정이 있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쓰고 언론을 만들어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씨의 글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명분론'과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론' 사이의 갈등은 실제 존재한다.

국회 관계자는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본질은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며 "현실적인 문제해결을 그대로 두면 결국 '운동'만 남게 된다. 그러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없이) 위안부 할머니들, 징용피해자들 모두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할머니는 처음부터 과거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1+1+α'안을 지지했다"면서 "그러나 윤 당선인 등의 '명분'에 주저앉게 됐고, 이후 윤 당선인이 국회에 들어가니 배신감도 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린 후원금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대협 신뢰 문제?…"일본 극우의 먹잇감 될 것"

13일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대신 한 언론사에 입장문을 보내 세 가지 논의의 축을 제시했다.

할머니는 △양국 학생들에 대한 역사 교육 필요성을 피력하며 △30년간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문제 해결 방식에 문제를 재차 제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합의와 관련해 정부의 대민 의견 의견수렴과정과 그 내용, 정대협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 면담 내용 등이 공개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다만 오랜 기간 이 할머니와 함께 해온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 최봉태(58) 변호사는 이 할머니의 입장문에 대해 "할머니가 타자를 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초안을 만든 사람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 변호사는 "할머니와 정대협 사이에서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것은 할머니 본심과는 다르다"며 "피해자와 지원 단체를 이간하려는 일체의 시도는 극우들의 먹잇감 밖에 안 된다. 정대협에 대해 서운한 이야기를 했더라도 고마운 마음이 90%, 잘 하라는 마음이 10%"라고 밝혔다.

이어 "이 할머니 불만의 첫 번째 원인은 지난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지만, 한국정부가 9년 이상 상황을 지속시켜 위헌결정의 성과가 의미가 없게 한 것이며, 두 번째 원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무책임하게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할머니가 재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도록 방치해두는 한국정부의 '무관심'이 할머니의 직접적인 불만사유라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번 논란을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간 갈등 상황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할머니는 '법적배상'을 원한다. 할머니에게 개인청구권이 살아있으니 이것을 소멸시키기 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 할머니는 개인청구권과 무관한 위로금 등을 받지 않으려고 평생 투쟁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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