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만 3세의 나이로 데뷔한 '아이스크림 소녀' 정다빈은 성인이 되고 나서 자신의 첫 작품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을 선택했다.
그는 '화제의 문제작'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작품에서 '아이스크림 소녀'라는 수식어를 떼고 욕설과 흡연, '조건 만남'을 서슴지 않는 여고생 서민희로 분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11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정다빈은 이와 관련해 "성인이 되고 첫 작품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았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처음 이 작품을 할 때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면 어떻게 하지?' 혹여나 저의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들까 생각이 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하자'라고 다짐했어요. 뭔가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자'면서 다시 태어나는 느낌으로 연기를 했죠."
이러한 그의 생각은 주효했다. '아이스크림 소녀' 이후 줄곧 아역 연기만 해온 정다빈은 '인간수업'에서 다소 파격적인 역할인 서민희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사실 (호평을) 예상하지는 못했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을 연기하는 거라서 벽을 깨기 위한 과정이 많이 길었고, 깨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어요. '잘해야지', '내가 여기서 이렇게 하면 잘해 보일 거야' 보다는 순간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기 위해 노력했죠. 특히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이 많이 믿어주셨고, 그래서 그 에너지가 잘 나와서 좋은 반응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웃음)"
정다빈은 이러한 설정이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본을 보고 나서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웠고, 많이 놀랐다"라면서 "이 대본을 받았을 때는 성인이 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다시 한번 나의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부모님 역시 많이 놀라셨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응원이 이번 작품을 연기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첫 주연이어서 고민도 있었고 부담감도 있었어요.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기도 했고요. 부모님과 대본을 보고 얘기를 나눴는데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까?', '진짜 이런 일이 있니?' 되물어보시기도 했어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해주시기는 했는데 제가 '할 수 있다'라고 말씀드리니까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대본을 보고 '이게 무슨 내용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무슨 의미가 담겨져 있는 걸까?'라고 물음표를 던지고 고민하면서 봤는데, 곱씹어보니 드라마에서 해주고 싶은 말이 '이런 거 구나'를 느꼈다"라면서 "부담감도 컸지만 책임감이 함께 공존하면서 촬영에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민희가 불쌍하고 연민이 가득한 시선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더 사실적으로 세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사람들은 다 이중성을 갖고 있는데 그 이중성을 어떻게 표현해 나갈까 고민하면서 감독님과 많이 얘기 하고 다른 동료 배우와 소통하면서 많은 피드백을 들었던 거 같아요."
이에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런 도발적인 설정이 참신하고 신선하다는 호평도 있지만, 보기 불편하다는 시각 등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저도 답답함과 찝찝함이 있어요. 근데 그렇게 됨으로써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으로 남은 것 같아요. 이 작품을 보신 분들도 나를 조금 더 돌아보는 시간이나 혹은 사회 문제나 사회 이슈 적인 이런 문제들을 조금은 경각심을 갖고 한 번 더 찾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에 대해 정다빈은 "이 아이들 옆에서 지켜주는 좋은 어른이 있었다면, 이 아이들이 이런 길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면서 "모든 아이들한테 색안경을 끼지 않고 진심을 다해서 다가와 주는 어른이 좋은 어른이라 생각되고 그런 어른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인간수업'을 통해서 저도 '인간수업'을 받은 것 같아요. 성인이 되고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굉장히 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연기를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정말 깨닫게 됐어요. '내가 누구인지' 다시 돌이켜 보고 생각해주는 작품이어서 저한테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