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30일. 한 교양과목 수업에서 일어났다. 수업자료를 온라인에 업로드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던 해당 수업은 당일에 처음으로 '줌'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다만 이날은 처음 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만큼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강의 시간이었지만 수업을 정식으로 진행하지는 않는 까닭에 수강생들도 자유롭게 출석했다.
온라인으로나마 처음으로 교수님과 만나게 돼 살짝 긴장하고 수업에 들어갔다는 A씨는 아연실색해야 했다.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이들 때문이었다.
수강생 A씨는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한 분이 욕을 시작했는데, 비디오는 켜지 않아 얼굴은 보이지 않고 마이크만 켠 채로 욕설을 반복했다"며 "다들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돌연 사라져 그 이후에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또 다른 분으로, 아예 웃통을 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며 "교수님께서 복장을 갖춰 입으라고 하니 이후에 입고 왔는데, 그리고 나서도 '교수님 몇 살이냐', '신검받으러 가시는 분?' 등 분위기를 흐리는 돌발 발언을 이어나갔다"고 전했다.
A씨는 "저는 수업을 들으러 간 거지 누군가 웃통을 벗거나 기이한 행동을 보러 들어간 것은 아닌데 너무 불쾌했고, 일부러 저러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민폐를 끼치는 행동 때문에 제 학습권이 침해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당일 수업이 출석 확인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공지했기 때문에 전체 수강생이 다 들어온 것도 아니어서 외부인인지 재학생인지는 아직 모르는데, '줌'은 링크를 공유하면 외부인도 들어올 수 있어 여전히 걱정된다"며 "학교에서는 이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당초 해당 수업 교수는 줌 녹화 영상을 학생들에게 공개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오늘 줌 녹화 영상을 공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비디오장면 중 나체 노출, 손가락질 및 총질, 욕설 등이 모두 생생하게 녹화돼 공개가 어렵다"고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담당 교수는 수업에서 이상 행동을 반복한 이들이 외부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차례 '줌바밍' 추정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난 7일 수업에서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교수는 오는 14일 해당 수업에서 시험이 진행돼 모두 출석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외부인의 소행인지 수강생의 일탈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혹여 또 다른 외부인 노출에 대비하기 위해 수강생 실명과 사진을 대조하는 등 보안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이혜지 집행위원장은 "비대면 강의로 수업의 질이 떨어져 학생들의 피해가 크고 등록금 반환에 대한 요구도 점점 더 많아지는 상황인데, 교육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은 피해를 더 키우는 상황일 것"이라며 "학교와 교수는 수업 제공에 있어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줌 프로그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악용한 보안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게 핵심으로, 보안이 강화된 버전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보안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시작된 온라인 비대면 강의 환경을 잘 활용해 이에 적합한 가이드를 만들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