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모든 직원에게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백악관이 직원들에게 배포한 이후 나타난 변화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시중을 드는 '당번병'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이 잇따라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나온 변화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당번병이 지난 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왜 당번병들(valets)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시가 내려가지 않았냐'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자신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만 화풀이를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CDC(질병통제예방센터)가 이미 한달전 미국 국민들을 향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것을 사장시켜왔다.
마이스 펜스 부통령의 백악관 출근도 모순이다.
펜스 부통령은 자신의 대변인이 확진판정을 받은 8일 이후 이틀 정도 자택에서 자가 격리를 한 뒤 11일 백악관에 출근했다고 한다.
하지만 확진자와 직간접 접촉한 사람들은 반드시 자가격리를 하도록 돼 있다.
CDC 국장,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장,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장,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도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밝혀져 주말부터 자가격리중이다.
펜스 부통령이 백악관코로나19 태스크포스 팀을 이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팀장이라고해서 코로나19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욱이 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다면 그 것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백악관의 근무 방식도 모순덩어리다.
그 동안 미국의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하는 경우라면 출근과 재택근무를 순환하는 형식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백악관은 예외였다.
백악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친다면, 회사 근무가 가능하도록 조정을했어야 맞다.
하지만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근무 형태나 방식에 큰 변화가 없었다.
백악관은 특히 장소가 협소하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 출입했다는 CNN 앵커 제이크 태퍼는 11일 방송에서 "백악관은 매우 붐비는 곳이다. 사람들이 포개져(on top of each other) 일한다. 언론 관련 공간 뿐 아니라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를 빼고는 모든 빌딩이 그렇다"며 백악관 직원들의 추가 감염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국에 대한 일방적 몰아붙이기도 모순된다.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에서 잘못을 한 것은 명백하지만 그 것을 가지고 미국이 중국을 탓하는 건 억지스럽다.
이날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CNBC에 출연해 "중국이 미국에 큰 피해를 줬다"면서 중국에 대한 '코로나 청구서'로 10조 달러를 사실상 제시했다.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검사(테스트)에 관한한 미국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검사 업무를 총괄하는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차관보가 "코로나대응의 표준이라는 한국에 비하면 인구당 검사비율에서 미국이 2배 많은 검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 미국에서는 원하는 사람 누구라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모두 미국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8만명을 넘겼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 3명 가운데 1명꼴로 미국인들인 셈이다.
이를 근거로 백악관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국 CBS 여기자는 "미국이 대응을 잘하는 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냐"며 트럼프 대통령을 물고 늘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엉뚱하게도 "그 것은 중국에 물어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답에 대해 이번에는 CNN 여기자가 추가 질문을 하려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지하면서 서둘러 기자회견을 끝냈다.
CNN은 이 장면에 '더러운 마무리'(ugly ending)라는 제목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