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화제작으로 이름을 올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배규리 역을 맡은 배우 박주현은 11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가 연기한 배규리는 상류층 부모 밑에서 엄격하게 엘리트 코스를 강요받아 생긴 스트레스로 내적 결핍이 가득한 인물이다. 운동, 공부, 사교성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10대 여학생으로 학교에서는 '인싸'(인기인)로 통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가면일 뿐, 속에는 환멸과 냉소를 머금고 있다.
박주현은 이러한 배규리의 양면성이 도드라지는 모습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안정적으로 소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연기함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캐릭터로 연기하기 위해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규리는 양면적이고 이중성이 강하기 때문에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친구예요. 이 친구가 어떤 모습을 보이던 정말 다양하게 보여지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의 뿌리는 어디에 있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어딘지 중심을 잡는 게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중심이 점점 잡히고 나서는 이 친구를 조금은 편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규리라는 친구가 굉장히 자신의 진짜 감정을 잘 숨기면서도 그 감정을 또 굉장히 잘 이용하는 친구기도 해, 연기하면서 쾌감을 많이 느꼈다"라며, 특히 "극 중 거짓 메소드 연기는 너무 재미있게 연기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이러한 메소드 연기가 담긴 장면을 명장면으로도 꼽기도 했다.
"규리가 선생님에게 메소드 연기를 하는 장면이 제일 명장면인 것 같아요. 분명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메소드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 친구가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거 같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만감이 교체하더라고요. '가끔 토 나오거든요. 제 숨 냄새가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쉬어지니까'라는 대사를 하면서 저도 마음이 아팠어요. '왜 자기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유를 갈구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주현은 이런 두 사람의 사이를 "애증의 관계"라고 해석했다.
"처음 지수는 규리에게 호기심과 신선함을 주는 인물인데, 규리가 점점 (범죄에) 가담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잖아요. 이런 두 사람이 서로가 없이는 못 사는 애증의 관계라고 생각이 됐어요. 또 그 둘은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기댈 수 있는 사람은 그 두 사람밖에 없었잖아요. 그 점이 연기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픈 부분이었어요."
배규리는 오지수의 범죄 행각에 동참하면서 수동적인 오지수를 채근하고 범죄를 주도해 나가는 인물이다. 또 매사에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입체적인 캐릭터기도 하다. 박주현은 이러한 배규리의 모습에 끌렸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한국에서는 여자 캐릭터가 진취적인 작품이 아직은 많지 않아 굉장히 욕심이 났다"라면서 "진취적인 이 캐릭터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겠다는 욕심을 내면서 작품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이 주고 싶은 메시지가 뭐지?'라는 부분에 대해서 멀리 보고 넓게 보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죠. 범죄자 역할을 하면서 범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심경이라든지 이 일이 왜 계속 벌어지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극 속에서 규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고 이 역할로 극을 어떻게 끌어가야 할 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어요."
"사전 제작 드라마라 스케줄이 힘들고 잠을 못 자고 하는 게 아니었음에도 거의 잠을 못 잤어요. 날을 새고 촬영에 가기도 하고 (잘 때는) 규리 꿈을 꾸기도 했죠. 스스로에게도 부담이 많이 됐던 거 같은데 그 부담감조차 즐거울 만큼 이 작품을 만난 게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도 연기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지만 이 작품은 절대 못 잊을 것 같고 가슴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맡던 제가 맡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캐릭터의 매력이 뭔지 깊이 파면서 나오는 작은 것들을 제가 연기했을 때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더라고요. 앞으로도 '박주현이라는 저 배우는 연기하는 게 매력적이다',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