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폭행' 경비원 극단 선택…임계장 저자 "엉엉 울었다"

주차문제로 입주민과 시비…이후 폭행과 폭언 시달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아파트 경비원의 죽음을 알았습니다. 엉엉 울었습니다. 이런 억울한 죽음 막아보려고, 제가 병상에서 모르핀 진통제를 맞아가며 책을 썼는데. 세상은 외면하는 것일까요?"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차 문제로 주민에게 폭행당한 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책 '임계장 이야기'를 쓴 조정진(64)씨가 10일 남긴 글의 일부다.

공기업에서 38년 동안 일하다가 60세에 퇴직한 조씨는 경비원·환경미화원·주차관리원 등으로 일했다. 조씨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할 때, 경비실에는 해고 사유 38가지를 나열한 표가 붙어 있었다. 조씨는 아파트 자치회장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조씨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임시 계약직 노(老)인장들, 즉 임계장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냈다. '억울한 죽음'을 접한 조씨는 지난 노동절을 맞아 자신이 인터뷰한 내용이 담긴 CBS 씨리얼의 유튜브 영상을 찾아 이날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지난 10일 '임계장 이야기'를 쓴 조정진씨가 남긴 댓글. (사진=유튜브 캡처)
조씨는 "이런 일을 막아보고자 혼신을 다해 노력했지만 너무도 무기력한 노인의 한 사람이라는 슬픔이 밀려 온다"며 "삐뚤빼뚤한 글씨로 남겨진 피맺힌 유서, 서너 줄 밖에 안되는 마지막 외침을 들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50대 남성 A씨는 이날 새벽 2시쯤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서툰 맞춤법으로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A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이중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입주민 B씨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했고, 27일에도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자 이튿날 입주민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임계장 이야기'를 쓴 조정진씨. (사진=유튜브 캡처)
조씨는 "이 사회가, 이 정부가, 수사를 담당하는 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이것을 '갑질'이라고, 그냥 노인 경비원 하나 죽은 일이라고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며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므로 그 원인을 낱낱이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입법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B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조만간 B씨를 직접 소환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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