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손아섭은 7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 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1점차로 뒤진 5회초 1사 2루 득점권 기회에서 타석에 섰다. 동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잖았다.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고 외야플라이로 물러났다.
이후 손아섭은 덕아웃 뒤에 위치한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허문회 감독을 만났다.
허문회 감독은 "그게 사람이다. 그럴 때 힘이 들어가는 게 사람이다. 다음 타석에서는 가볍게 쳐"라며 아쉬워하는 손아섭을 격려했다.
부담을 내려놓은 손아섭은 7회초 1대3 스코어를 뒤집는 역전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롯데는 KT를 7대3으로 눌렀다.
손아섭은 "세 번째 타석에서 힘이 들어가 잘 치지 못했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다음에 좋은 타구가 나왔다. 신기하다"며 웃었다.
손아섭은 7회초 2사 1,2루에서 KT 불펜투수 김민수의 초구 포크볼을 공략해 오른쪽 담을 넘겼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렸고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손아섭은 "노렸다기보다는 내가 워낙 초구를 좋아하고 실투가 오면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 부분을 강조하셨고 나 역시 그런 스타일이다. 구종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로 공이 오면 친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개막 3연승을 질주했다. 개막 3연승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그때는 주말에 열린 개막 2연전을 승리하고 차주 첫 주중 경기를 이겨 3연승을 달성했다. 개막 3연전을 싹쓸이한 것은 2007년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해 최하위에 머물렀던 롯데는 1년 만에 달라진 분위기에 한껏 고무돼 있다.
손아섭은 "덕아웃은 이기고 있을 때 시끄럽고 지고 있을 때 조용한 게 보통인데 우리는 지고 있을 때도 마치 이기고 있는 팀처럼 분위기가 좋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파이팅을 불어넣어주는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캠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 나이와 상관없이 각자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하고 즐기자는 분위기다. 후배들이 선배 눈치를 안 보고 편하게 하고 싶은 운동을 하고 있다"며 1년 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롯데는 경기 후 부산으로 이동해 SK 와이번스와 홈 개막 3연전을 준비한다. 롯데 팬들은 개막 3연승에 크게 기뻐하고 있겠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에서 롯데를 응원할 수는 없다.
손아섭은 "팬들의 함성 소리가 그립다. 롯데가 많은 팬 앞에서 야구를 하는 구단 중 하나인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낀다"며 "앞으로 팬들이 많이 찾아와주실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허문회 감독은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의욕적으로 경기에 임해줘 정말 고맙다. 손아섭을 포함해 고참 선수들이 모범을 보였고 어린 선수들도 적극적인 자세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