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남양유업했다" 댓글 조작에 사과없는 사과문 '공분'

남양유업 "쇠 맛 나는 우유, 방사능 유출 영향 있을 것" 경쟁사 비방 댓글 조작 혐의
사과문에 "원전 4km 근처라 문제없다고 판단" 논란 더 키워
과거 대리점 갑질에 분유 이물질, 창업주 외손녀 이슈까지 '불매 운동' 조짐도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과거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 갑질 논란을 빚었던 남양유업이, 이번엔 댓글 부대를 동원해 경쟁사 제품 비난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홍보대행사 측에 잘못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 공분이 배가 되고 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인 A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은 "A사에 원유를 납품하는 유기농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 "A사에서 나온 유기농 우유의 성분이 의심된다", "아이에게 먹인 걸 후회한다"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등의 경쟁 업체 제품을 깎아내리고 소비자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경찰은 남양유업의 홍보대행사가 비방 게시물을 올렸고,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에 자금을 지급한 것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해당 건에 대해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댓글조작'에 대해서는 사과는커녕 전혀 언급이 없다.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경쟁사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는 모습도 사과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아울러, 회장까지 입건된 이슈를 실무자와 홍보대행사의 잘못으로 정리하려는 모습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로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다.

남양유업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과문 (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캡처)
과거 갑질 전력에 경쟁사 댓글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자 누리꾼들은 남양유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인터넷에 경쟁사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2009년에는 남양유업 지점 직원과 판매대리점 업주가 A사의 제품에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는 악성 글과 댓글을 남겨 비방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A사가 남양유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뒤 남양유업이 맞고소했지만, 비방전을 자제하자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2013년 남양유업 판촉원이 A사 제품에 유해물질이 있어 자사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는 권유를 하는 등 비방전은 다시 시작됐다.

같은 해 대리점 갑질 논란까지 터졌다.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밀어낸다는 의혹으로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이후 대표·임원진 사과가 이어졌지만 소매점주를 시작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매운동이 불붙기도 했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에도 분유 이물질 논란에 창업주 외손녀(황하나) 마약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대리점과 상생을 강화하고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등의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번 댓글 조작에 사과 같지 않은 사과문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조짐이 다시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몇 년 전부터 남양유업 제품은 사지 않고 있는데, 그런 결정에 확신을 더해줬다", "안 그래도 이미지가 바닥이었는데 지하까지 내려간다", "남양유업이 남양유업 했다", "잊을 만하면 존재감을 빵빵 터뜨린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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