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신체적 형질에 따라 인간을 분류하고 차별하고 억압한다. 지금도 그러한 모습은 여전하다. 그런 인종차별과 탄압으로부터의 자유이자 신념을 지닌 한 인간의 노력과 해방을 탈출극으로 그려낸 영화가 있다. '프리즌 이스케이프'다.
'프리즌 이스케이프'(감독 프랜시스 아난)는 인권 운동을 하던 2명의 친구가 무자비한 판결로 투옥된 후, 자유를 위해 나무로 열쇠를 만들어 15개의 강철 문을 뚫고 탈출을 계획하는 이야기를 담은 탈옥 실화 스릴러다.
아프리카민족회의(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철폐를 위해 나선 흑인 민족주의자 조직)에서 활동 중인 인권운동가 팀 젠킨(다니엘 래드클리프)과 스티븐 리(다니엘 웨버)는 억울한 판결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 정치범 교도소에 수감된다. 팀과 스티븐은 자신들을 '전쟁 포로'라 지칭하며 자신들의 사상을 폭력으로 억누르려는 정부에 굴복하지 않고 감옥을 탈출하기로 한다.
성공 확률 0%, 탈옥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감옥을 나가기 위해 열어야 할 강철 문만 무려 15개다. 그들은 땅을 파는 등의 고전적인 방식이 아닌 15개의 문을 직접 열고 나갈 계획을 세운다. 그것도 나뭇조각으로 열쇠를 만들어서 말이다.
팀과 스티븐, 그리고 감옥에서 만난 레오나르도 폰테인(마크 레너드 윈터)은 404일 동안 계획을 세우고, 감시의 눈을 피해 열쇠를 하나씩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계획을 실행하기 전 모의실험까지 거치는 등 0%의 확률을 100%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영화 속 배경은 1970년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정권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정책)가 한창이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사람을 피부색, 즉 인종에 따라 분류하고 인종별로 거주지나 출입구역 등에 차별을 뒀다. 명백한 차별과 노골적인 탄압이 '차별이 아닌 분리에 의한 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달고 행해졌다.
이러한 차별정책에 모든 인종은 평등하다고 주장하며 저항에 나선 이들이 팀과 스티븐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 탈옥의 과정은 인간의 권리를 짓누르는 폭압에서 탈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동시에 어떠한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의지와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인간 고유의 권리인 자유를 찾는 과정이다.
영화가 팀과 스티븐의 탈출을 그리는 방식이 새롭지는 않다. 갇히고, 벗어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성공해 탈출한다는 탈출극의 기본을 보여준다. 그러나 열쇠가 하나하나 만들어지고, 나무 열쇠로 강철 문을 하나씩 열어가는 것을 목격하며 긴장감을 느끼고 어느샌가 몰입하게 된다. 자유와 저항에 대한 열망으로 억압의 문을 하나씩 열어가는 데서 오는 쾌감일 수도 있다.
영화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저항 과정이나 개개인의 신념보다 '탈옥 과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초반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황에 대한 자료 화면과 팀과 스티븐의 활동 모습이 잠시 나오지만, 그들이 왜 그토록 탈옥에 목숨까지 걸었는지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인권 운동가의 삶과 신념보다 탈출극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 지팡이를 들고 세상을 위협하는 볼드모트에게 맞서 싸우던 해리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이번 영화에서는 정권의 억압에 맞서 나무 열쇠를 만들어 자유를 쟁취하는 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해리 포터를 벗어나 배우로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여정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5월 6일 개봉, 106분 상영, 12세 관람가.